스포츠 골프일반

놀라운 황제 “하루 더합시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16 18:51

수정 2014.11.07 01:42



“놀라운 것은 타이거와 내일 연장전을 치르는 선수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1타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낸 뒤 클럽하우스에서 초조하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18번홀(파5) 결과를 지켜 보던 로코 메디에이트(미국)가 우즈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자 클럽하우스를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제108회 US오픈골프대회 우승컵의 주인은 17일(한국시간) 18홀 연장 승부로 가려지게 됐다. US오픈 우승이 연장전 승부까지 간 것은 레티프 구센(남아공)이 마크 브룩스(미국)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던 2001년 대회 후 7년만이다.

우승의 향배는 18홀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한 마디로 우즈가 주연으로 열연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16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CC 남코스(파72·764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패색이 짙었던 우즈는 마지막 18번홀 버디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가는데 성공해 5만여명의 갤러리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명승부의 증인으로 만들었다.

당초 승부는 1타차 단독 선두(3언더파 210타)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우즈의 싱거운 우승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했던 13차례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즈는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대회 개최지가 우즈가 12승(아마추어 6승 포함)을 거둘 정도로 ‘안방’이나 다름없다는 점 역시 그러한 예상에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나 기록은 기록일 뿐이었다. 우즈는 1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2번홀(파4)에서도 또 다시 1타를 잃는 등 17번홀(파)까지 3타를 잃어 앞서 경기를 끝낸 메디에이트에게 1타 뒤진 채 18번(파5) 한 홀만을 남긴 상태였다. 3라운드까지 우즈의 18번홀 기록은 1, 2라운드 파, 3라운드 이글이어서 플레이오프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하지만 우즈의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고 두 번째샷마저 러프로 떨어지면서 그 시나리오는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하지만 웨지로 날린 세 번째샷을 핀 4.5m에 붙여 버디 기회를 살린 우즈는 결코 쉽지 않은 내리막 훅라인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허공에 날렸다.

우즈는 “홀 두 개 정도 오른쪽으로 봤는데 적중했다. 완벽한 퍼팅이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반면 우즈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던 메디에이트는 “그가 그것을 놓치리라고 생각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혀를 내두르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더블보기 1개와 보기 3개, 그리고 버디 3개를 묶어 2오버파 73타를 친 우즈와 이븐파 71타로 경기를 마친 메디에이트는 4라운드 합계 1언더파 283타로 동타를 이뤄 17일 오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18홀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의 연장전을 치러 지존을 가리게 된다.

연장전 승부는 우즈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수술 받은 왼쪽 무릎 상태가 변수다. 우즈는 프로 입문 후 12년간 치른 11차례의 연장전에서 단 한 차례만 패함으로써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연장 불패’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에 뒤질세라 현재 나이 45세 6개월로 1990년 헤일 어윈(미국)이 세운 대회 최고령 우승(45세15일) 기록 경신에 도전하게 되는 메디에이트도 두 차례의 연장전에서 모두 승리해 승률 100%를 자랑한다.
따라서 둘 간의 연장전 승부는 섣부른 판단이 유보될 수 밖에 없다.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18번홀에서 7m짜리 버디 기회를 놓쳐 연장전에 초대받지 못하고 단독 3위로 경기를 마친 가운데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과 D J 트라한(미국)이 공동 4위(2오버파 286타), 카를 페테르손(스웨덴)이 공동 6위(3오버파 287타)에 랭크됐다.
이날 3타를 줄이며 뒷심을 발휘한 필 미켈슨(미국)은 공동 18위(6오버파 290타),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첫 출전에 공동 26위(7오버파 291타)라는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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