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큰 무대가 열린다. 31일∼8월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12년 만의 내한 무대다.
영국 로열발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등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ABT는 헤럴드 랜더의 ‘에튜드(Etudes)’와 트와일라 타프의 ‘래빗 앤 로그(Rabbit and Rogue)’ 등 두 작품으로 이뤄진 오프닝 갈라에 이어 예술감독 케빈 매킨지가 새롭게 안무한 ‘돈키호테’로 국내 관객을 맞이한다.
지난 6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트와일라 타프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닝 갈라도 꼭 챙겨 봐야 할 무대지만 아무래도 이번 내한공연의 초점은 8월 1∼3일 총 4회 공연되는 ‘돈키호테’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ABT의 ‘돈키호테’는 지난 1978년 영화 ‘백야’로 유명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버전으로 선보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작품으로 예술감독 케빈 매킨지가 새롭게 연출을 맡은 뉴버전이다.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케빈 매킨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화려함이 농축된 바리시니코프 버전은 ABT 역사상 최고의 ‘돈키호테’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이번 작품은 마임적 요소를 강화하는 등 바리시니코프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미치광이로 그려졌던 돈키호테를 여주인공 키트리의 조력자로 표현하는 등 캐릭터를 재해석한 점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번 무대는 ABT의 스타급 무용수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많은 발레 팬들이 기다렸던 발레리노 앙헬 코레야가 부상으로 동행하지 못했지만 코레야가 “그의 손을 잡으면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져 숨이 멎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던 발레리나 팔로마 헤레라는 예정대로 8월 1일 무대에 선다. 팔로마 헤레라는 지난 98년 초연된 새로운 버전의 여주인공으로 그와 앙헬 코레야가 열연한 ‘돈키호테’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로도 시판됐다.
앙헬 코레야의 빈 자리는 쿠바 태생의 호세 마뉴엘 카레뇨가 채웠다. 영국 국립발레단과 로열발레단을 거쳐 지난 95년 ABT에 합류한 호세 마뉴엘 카레뇨는 팔로마 헤레라와 수차례 공연한 적이 있는 ABT의 주역 무용수로 춤에 세련된 느낌을 불어 넣는 귀족적 풍모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이 밖에도 시오마라 레이즈·헤르만 코르네호(8월 2일 오후 3시 공연), 질리안 머피·에단 스티펠(8월 2일 오후 8시 공연), 미셸 와이즈·데이비드 홀버그(8월 3일 오후 4시 공연) 등 ABT를 대표하는 스타급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등장, 4가지 색깔의 ‘돈키호테’를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감독 케빈 매킨지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무용수를 누구로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면서 “다양한 이력과 배경을 가진 이들을 통해 한국 관객들은 다양성이라는 ABT만의 독특한 매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만∼20만원. (02)399-1114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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