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지난 3일(현지시간)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극작가이면서 역사가이기도 한 솔제니친은 타협하지 않는 정신을 견지한 채 문학에 대한 열정과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특히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와 체호프를 잇는 후계자로서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해 20세기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18년 캅카스의 키슬로보츠크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물리·수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모스크바의 역사·철학·문학 전문 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졸업 후에는 시골에서 잠깐 교사로 일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포병 장교로 자원 입대해 근무하던 중 스탈린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는 혐의로 1945년 투옥돼 강제노동수용소에서 10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
솔제니친은 1962년 단편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통해 수감시절 시련을 그려냈다. 하지만 곧바로 당국의 탄압이 가해졌다. 그는 ‘제1원’과 ‘암병동’ 등 자신의 주요 작품들을 서방세계에서 출판한 뒤 1970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비밀리에 집필한 ‘수용소 군도’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1973년 프랑스 파리에서 가까스로 출간됐으나 이로 인해 반역죄로 몰려 이듬해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은 후 독일과 스위스를 거쳐 미국에서 긴 망명생활에 들어갔다.
미국으로 망명한 지 16년 만인 1990년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한 데 이어 4년 뒤 고국 러시아로 돌아왔다. 그는 조국에 돌아와서도 작품을 통해 물질주의를 비판하며 전통적인 도덕과 가치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솔제니친은 1998년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러시아 최고권위의 ‘성 안드레이 피르보조반니사도’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를 파국으로 이끈 정권이 주는 상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그는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배격하는 한편 민족주의와 위대한 조국의 부활을 바라는 심정에서 러시아의 재건을 내세우던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에게 지지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06년 발간에 들어간 그의 작품 전집은 오는 2010년 완결될 예정이었지만 그는 끝내 이를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6월 12일 모스크바 교외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앞쪽) 집을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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