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감동적인 ‘인간 승리’ 드라마였다. 혈액암을 극복하고 올림픽 챔피언이 된 네덜란드의 수영 마라톤 대표 마르텐 판테르베이덴(27). 그는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수영 마라톤(10㎞) 에서 1시간51분51초6 만에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손을 치켜들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굴곡 많았던 삶이 뇌리를 스쳐서다. 그가 물에 뛰어든 것은 수영 선수였던 누나의 영향이 컸다. 키 205㎝에 몸무게 92㎏의 이상적인 체격으로 수영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2년 뒤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혈액암 진단이 나온 것이다. 판테르베이덴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견뎌냈다. 하늘도 감동해서일까. 결국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아냈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4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오픈워터선수권대회에서 10㎞와 25㎞에서 모두 7위를 차지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스페인세비야 세계대회 25㎞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번 베이징에서 감동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직후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침대에 묶여 있던 암 투병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웠다”면서 “오늘 경기도 인내심을 가지고 결정적 기회를 기다린 결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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