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포럼] 기숙형 고교는 농어촌의 미래/우형식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24 18:24

수정 2014.11.06 04:56

많은 사람이 농어촌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추석이나 설날이 되어 고향을 방문했을 때 학창생활을 보낸 학교들이 이미 폐교가 되었거나 왜소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모습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젊은 사람들의 도시로 이농과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겼다는 농·산·어촌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농어촌의 학교는 학생이 절대 부족해 체육시간이나 방과 후에 축구나 야구 등 팀스포츠가 어려워 아이들의 사회성과 협동심은 물론 국제화된 시대에 필요한 적절한 경쟁심을 키워 나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게다가 선생님도 도시지역에서 농어촌 학교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을 장시간 돌봐 주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농어촌 학교에 ‘도시만큼 아니 오히려 더 나은 교육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농·산·어촌 지역의 발전과 농·산·어촌 학생의 학습력 신장을 위한 첩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새 정부의 역점사업이 ‘기숙형 고교’ 육성사업이다. 농·산·어촌 학교에 기숙사를 대폭 확충, 학생들이 보다 많은 학습과 인성발달의 기회를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학습과 교육, 생활지도가 총체적으로 이뤄짐으로써 농·산·어촌 학생들에게 도시 아이들 못지않은 교육여건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뜩이나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려워진 작금의 상황에서 농·산·어촌에서도 세계화 시대를 걸머질 훌륭한 인재가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기숙형 학교는 첫째,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게 되는 만큼 학교는 방과 후, 주말, 방학 중에라도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도시에 비해 부족한 학원, 복지센터 등 교육관련 기관의 기능을 학교가 직접 담당하는 것이다.

둘째, 농·어촌 지역의 고등학생은 면 지역에서 읍 지역 학교로 통학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원거리 통학생, 하숙생과 자취생이 많다. 또한 버스가 빨리 끊겨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제 공부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다. 기숙형 학교는 이런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없애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생계유지에 바쁜 농·산·어촌 가정에서는 학부모가 학생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기가 어려워 학부모가 방과 후, 주말, 방학 등 집에 머무르는 자녀에게 학습관리를 해 줄 여력이 없다. 자녀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 학부모들은 자녀 걱정 없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지역의 거점학교 위주로 기숙형 학교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정되지 못한 다수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학교 특색 살리기’ 같은 다른 사업으로 농어촌 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공립고등학교 위주로 선정이 이뤄졌으나 내년부터는 사립고교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기숙형 고교의 성공 여부는 학교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과 군수 그리고 농·산·어촌 주민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학교장은 개선된 학교 여건을 바탕으로 선생님의 열정을 이끌어 내고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도시 학교보다 오히려 나은 학교’라는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또한 기초자치단체장과 지역주민은 내 고장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학교는 학교 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세계적으로 확인된 공통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