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이날 총리가 출석하되 일문일답을 하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으나 한 총리가 인사말후 곧장 퇴장, 조중표 총리실장이 대신 답변대에 섰으나 대부분 “소관이 아니라 잘 모른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 사실상 의원들의 일방적 발언 릴레이 형태로 진행됐다.
한 총리가 인사말에서 파행 유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총리의 불출석 관행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힌 뒤 자리를 뜨자 회의 초반부터 야당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총리의 출석 거부는 국회와 국민 무시”라며 한 총리의 사과를 요구했고 양승조 의원은 “답변할 분이 없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김용태 의원 등은 “총리의 특위 출석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으나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적 입장이 개진됐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쇠고기 협상 과정과 이후 수습 과정에서 총리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매서운 질타를 쏟아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총리실이 쇠고기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일개 부처에 맡겨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홍정욱 의원은 “총리실은 쇠고기 파동 초기에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지지율에 따라 공권력이 춤을 추는 ‘뒷북 포퓰리즘’의 극치를 보였다”고 가세했다.
전·현 정부 책임론 공방도 재연됐다.
한나라당 김기현·윤상현 의원 등은 ‘참여정부 설거지론’을 거듭 제기한 반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간 회담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 본부장이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대화록 등을 들어 이를 반박하고,“부시 대통령 임기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처리를 위해 현 정부가 10월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개방하겠다는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총리는 의원들의 질의가 끝난 뒤 회의장으로 재등장, 일괄답변에 나섰으나 답변시간이 8분에 그치는가 하면 내용 면에서도 지극히 원론적 내용에 그쳐 야당 의원들로부터 “무성의와 불성실의 극치”,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후 보충 질의를 이어갔으나 이미 한 총리가 떠난 뒤여서 사실상 ‘반쪽 회의’로 진행됐다.
/haeneni@fnnews.com정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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