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북한 권력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뇌졸중’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병세와 관계 없이 이번 일로 김 위원장의 후계 문제가 북한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는 향후 남북관계 및 북핵협상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급작스런 유고 상황인지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권력구도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정확한 상태는
향후 북한의 권력구도 향배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상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경중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달여 전 경미한 병세의 뇌졸중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회복 중에 있다는 정보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술 후유증으로 9·9절 행사에 참여하려던 것을 취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의 상태가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은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건강상 이상 징후는 보이나 업무 공백을 보일 정도로는 안보인다”며 “60주년 행사는 중요한데 못나왔지만 거동이 불편할 뿐 업무 공백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목받는 후계구도 가시화되나
정부는 김 위원장이 강성대국의 목표시한인 2012년 후계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후계문제의 조기 가시화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세아들과 당 및 군부에 있는 지원세력,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 김옥 등이 권력의 핵심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건강을 부분적으로 회복해 거동할 수 있으면 후계자를 지명해 공동 통치하는 시대로 조속히 넘어갈 것”이라며 “그 후계자가 김 위원장을 뒷받침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박사는 “김 위원장이 몸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다면 치료받으면서 후계구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이 의사표명을 할 수 있되 지병으로 인해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라면 김 위원장 중심의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후계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김정일 유고시 군부 전면 등장 가능성
만약 김 위원장 유고시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후계구도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권좌에 공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군부의 전면 등장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 군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왔다. 만약 군부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남북관계나 북핵협상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북핵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는 등 ‘강경’으로 돌아선 배경도 김 위원장의 건강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후계자는 누구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세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지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계자란 곧 사상적 후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이어갈 계승자는 아들 가운데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에게는 장남 정남(37), 차남 정철(27), 삼남 정운(24) 등 세 아들이 있다. 장남 김정남은 연륜이 짧고 북한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차남 김정철과 막내 김정운은 김일성종합군사대학을 졸업하는 등 엘리트코스를 착실히 밟아오면서 북한내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이지만 아직 최고권력을 잡기에는 군부 반발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친인척과 군부,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인 김옥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 아들들을 비롯해 김경희, 장성택 등 친인척들이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비상시엔 우리의 비상계엄과 유사한 형태로 군이 전면에 나서서 위기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은 “김옥은 김 위원장 유고시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군부, 특히 총정치국 사람들이 권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형식의 권력 대행 가능성도 제기된다./sykim@fnnews.com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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