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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처기 잔존물을 일반 쓰레기로” 일부 업체·소비자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1 21:35

수정 2014.11.06 01:16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서 배출되는 잔존물은 일반 쓰레기인가, 음식 폐기물인가….’

오랫동안 논쟁을 불러일으킨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이하 음처기) 잔존물에 대한 쓰레기 분류의 법적 쟁점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음처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음처기 잔재물’을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향후 여론 향배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향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과 음처기 제조업체들은 음처기를 사용한 뒤 잔존물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실제 일반 종량제 봉투를 통해 버리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음처기의 잔존물을 일반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음처기 잔재물이 ‘일반 쓰레기인지, 음식물 쓰레기인지’에 대한 논쟁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안으로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음식물류 폐기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소비자들과 업계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간편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수 있는 일반쓰레기로 분류해야 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음식물 감량기기 관련 토론회에서도 음처기 제조 업체와 정부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났다.

토론회에서 제조 업체들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고 소비자들이 일반쓰레기로 버리려는 요구가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로 고집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33%의 응답자들이 음처기를 사용한 뒤 잔재물을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고 응답했으며 빌트인으로 설치된 일부 아파트의 경우 사용 가구의 절반정도가 부산물을 종량제 봉투로 버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 소비자도 “가루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음식물쓰레기에 버리지 않고 그냥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린다”면서 “솔직히 음식물 쓰레기 봉투 구입비와 수거함까지 가서 버리는 수고를 덜기 위해 음처기를 구입했는데 음처기로 처리한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음식물 쓰레기에 넣어 버리라고 하면 음처기를 살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음처기 제조업체들은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쇄건조 방식의 A업체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 있도록 하는 건의서를 보내고 가루로 남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일반쓰레기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분쇄가 되어 가루로 배출되기 때문에 수분이 전혀 없는데 일반쓰레기에 버리는 것이 간편하다”면서 “환경부에서 반응이 없어 일단 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건조방식을 채택한 업체들도 잔존물에서 이미 수분이 빠져나갔는데 다시 음식물쓰레기와 합쳐 버리면 또다시 말려야 하는 ‘이중 낭비’라면서 잔존물을 별도로 회수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일반 쓰레기에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원 재활용이 용이한 미생물 방식 업체들은 음식물 쓰레기는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다른 무기물과 섞여 매립하면 큰 혼란을 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음처기도 결국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음식물류 폐기물 재활용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돼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잔존물에서 수분이 제거되었다는 이유로 음식물류 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정책팀장도 “자원 재활용이라는 환경 정책의 큰 틀에서 본다면 음식물을 일반 쓰레기와 섞어 버리는 것은 그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현재로서는 업체들이 환경부의 방침을 따르고 그에 맞게 기술개발, 영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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