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오는 26일 개막하는 세계사회체육대회 등을 앞두고 노점상 밀집지역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나서 노점상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이달 잇따라 열리는 이 대회 및 부산국제영화제에 대비, 외국인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간선도로 주변 노점상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단속 대상은 시외버스터미널과 구포시장을 비롯한 26개 지역 402개 노점상으로, 철거된 노점영업 장소에는 모두 3억원의 예산을 들여 벤치나 화분이 설치된다.
사상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통보를 받은 덕포시장 노점상 정모씨(58)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계터전을 빼앗기게 돼 앞길이 막막하다”며 “노점상 집단영업구역이라도 만들어주고 내쫓는 게 도리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모씨(65·여)는“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알 수 없다”며 “내쫓는다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역시 중국이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도심 흉물을 장벽으로 가려 외국 언론의 비웃음을 산 것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김대래 부산경실련 공동대표는 “올림픽에 맞춰 낡은 베이징 시가지를 다시 개발하고 미관을 위해 1억3000만 달러를 투입,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화장’을 했다는 중국과 무엇이 다르냐”고, 부산참여연대 최수미 지방자치국장은 “노점상도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로 이해해야 하는만큼 국제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전시성 노점상 단속은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노점상 정비는 예전부터 추진하던 사업으로, 국제행사와 맞물려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노점상 생계 대책은 전문기관에 의뢰한 용역 결과에 따라 시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부산=victory@fnnews.com 이인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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