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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전례없는 조치’..사상 최대 공적자금 투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20 10:51

수정 2014.11.06 00:19

미국 정부가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간주되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상 최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 은행과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성명을 내고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전례없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의 조치에는 상당한 규모의 납세자의 돈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해 전례없는 조치'가 사상 최대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은행과 민간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데 납세자의 혈세를 대거 투입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도가 없음을 부시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공적자금 규모가 `수천억 달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자금난에 빠진 베어스턴스를 정부가 나서 대형은행에 합병시키고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최대 2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한데 이어 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AIG에 정부가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단행하는 지금까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악화일로에 빠져 듦에 따라 미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별 금융회사가 차례차례 도산 직전의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정부가 사안별로 구제 혹은 방치하는 결정을 내려봤자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만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금융회사의 사정에 따른 대증요법을 쓰는 게 아니라, 전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환부'를 일거에 도려내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폴슨 재무장관은 `환부'를 "모기지에 관련돼 현금화할 수 없는 부실자산"이라고 규정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해 모기기 채권과 이와 연계된 파생상품이 위험에 노출되면서 이러한 자산을 보유한 금융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 사태의 근본원인이며, 이러한 부실자산 때문에 현금 조달이 어려워져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은행.금융기관을 한꺼번에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폴슨 장관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 등과 함께 의회지도자들을 만나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정리 방안에 대해 협의했으며 이번 주말까지 협의를 계속, 확정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는 1989년 저축대부조합 사태 때 도산 업체의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됐던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oration)와 유사한 형태의 기구를 설치, 부실채권을 인수해 금융회사들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8천억달러 규모의 기금이 설립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연방예금보호공사(FDIC)가 동원될 것이라 관측도 있다.

방법이 어떤 식이 됐건, 해결책의 본질은 정부가 사상 최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증폭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그리고 AIG에 투입된 공적자금 등을 합치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처분을 위해 미 정부가 쏟아붓는 비용이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는 납세자의 부담을 가급적 최소화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100% 회수하는데도 역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부실채권을 애초 원금에서 상당한 정도로 저평가해 인수한 후 시장이 안정되면 채권을 순차적으로 회수하거나 인수가격보다 높게 시장에서 매각,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회수가 여의치 않다면 이는 고스란히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며 정부에게는 정치적 책임도 따른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로서는 일거에 부실을 털어낼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손실 상각이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부실채권 인수조건을 완화할 경우 납세자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적정수준의 인수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구제방안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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