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해동·군의문사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부는 1994년 사망한 손모씨(당시 이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69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군의문사위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군의문사위의 진상규명 결정에 따라 사건 발생으로부터 5년간의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국가에 배상을 선고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군의문사위는 지난해 10월 손씨 자살 조사 결과 ‘부적절한 부대 배치, 선임병의 인격모독적인 언어폭력, 지휘관의 관리소홀 등 군내 부조리가 복합 작용해 공포감과 절망감을 이겨 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군의문사위의 판단에 대해 “통치권자나 정치인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법률상 의결기구에 의해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여러차례 걸쳐 충분히 논의한 후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군의문사위의 진상규명결정 취지를 무색케하면서 그 의결 과정에 관여한 위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을 가볍게 뒤집는 주장이며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군의문사위는 전했다.
군의문사위는 키 167cm에 몸무게 56kg이었던 손씨가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선임병으로부터 ‘너 같은 X가 무전기 메고 행군이나 훈련받으면 어떻게 견딜래’라는 등 폭언을 들었으며 사망 전 동료들에게 ‘고참들이 내가 행군하면 낙오한다고 굉장히 싫어한다’ ‘죽고싶다,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까’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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