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특파원】지난 한달간 국제사회의 최대이슈가 돼 온 금융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국제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수주간 미국과 유럽 국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신용 여건이 나아지면서 그동안 현금 및 국채에 몰렸던 자금이 주식시장 등 투자상품 쪽으로 서서히 회귀하기 시작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6개월물에 대한 수요가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국제 금융시장의 단기 유동성을 나타내는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지표 역시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금융시장 혼란으로 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공황 직전까지 갔었지만 70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법안 등으로 인해 완화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 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과의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태도가 공황 직전 상황까지 갔다가 지금은 많이 완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곧 금융시스템에 공급되는 유동성과 변화의 효과가 일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미국의 경제 침체가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하고 “현재 미 의회가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이 상당히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경제가 몇 분기 동안 둔화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경기하강에 대한 위험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의회가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이런 중대한 시점에서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의장도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마련 중인 경기부양 법안이 약 15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전 세계 각국 정부의 구제금융 조치로 인해 은행산업이 안정될 것이라고 이날 전망했다.
S&P의 애널리스트인 스콧 버지는 “각국 정부의 조치는 정부가 은행산업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시켜 주기 때문에 전 세계 은행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낙관적인 견해에 따라 이날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지난 주말 종가 대비 413.21포인트(4.7%)가 급등한 9265.4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직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지 소로스는 “미국이 경기후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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