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10월이다. 23일 한국 금융시장은 10년 전 외환위기를 방불케 했다. 전 세계 자금경색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가 고스란히 시장에 반영됐다. 코스닥시장에선 사상 세번째로 매매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3일째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며 지난 98년 6월 17일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84.88포인트(7.48%) 급락한 1049.71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는 9% 이상 급락해 1028까지 내려갔다.
코스닥시장은 충격이 더 컸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26.58포인트(7.92%) 급락한 308.9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 개장 이후 역대 최저치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프로그램 매매호가가 일시 중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은 사상 세번째로 서킷브레이커에 걸렸다. 이날 하루 주식시장에선 시가총액 46조8561억원이 날아갔다.
증시 급락 재연은 환율 급등과 외부 요인이 컸다.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데 이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국가부도) 위험, 미국 기업들의 실적악화에 따른 뉴욕증시 급락 소식 등이 직격탄이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45.80원 폭등한 1408.80원으로 장을 마쳤다. 3일 동안 무려 93.80원이나 급등해 10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어선 것은 98년 9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미 달러 강세와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1000선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2005년 6월 29일(999.08)이 마지막이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자금경색 상태가 지속되는 데다 경기 둔화로 실물경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스피지수가 빠질 만큼 빠졌지만 일시적인 1000선 붕괴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시장일시중단제도)=지수가 직전 매매 거래일의 최종가 보다 10% 이상 하락한 채 1분간 지속할때 20분간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제도다. 투자자들에게 주가 급락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킷브레이커는 하루 한 차례만 발동되고, 장 종료 40분 전인 오후 2시20분 이후에는 발동되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에는 미 9·11테러 이후인 2001년 10월15일 도입돼 2006년 1월23일과 2007년 8월16일에 발동된 바 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1998년 12월7일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9·11테러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을 포함해 최근까지 3차례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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