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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사이언스 코리아!] ⑬ <끝> 환경호르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2 16:35

수정 2008.11.02 16:35



지난 1950년대 이후 지구 곳곳에선 이상한 현상들이 발생했다. 미국 플로리다에선 짝짓기에 관심이 없는 흰머리수리가 늘어났고, 영국에선 수달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당시 북유럽에선 수많은 물범들이 죽어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식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 이후 1990년 미국 플로리다에선 악어 수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을 알아보려는 연구가 시작됐다.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많은 악어들이 수컷도 암컷도 아닌 희한한 구조의 생식기를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수컷으로 구분된 것들도 생식기가 매우 작아서 기능이 불가능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악어는 전체의 80%에 달했다.

연구진은 악어의 혈액을 분석하며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환경호르몬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지역의 수컷에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매우 높아졌고, 수컷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호르몬의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분기계 교란물질

최근 동물들의 성전환이 일어나든지 사람의 정자 수가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는 호르몬과 유사한 물질이 생물의 내분기계 기능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즉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물질이 수컷의 성을 바꾸거나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

아주 적은 양으로도 이처럼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물질들을 학계에서는 ‘내분기계 교란물질’이라고 부른다. 요즘엔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문제로 이 같은 물질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환경호르몬’이라고 더 많이 불린다.

환경호르몬은 다양한 경로로 우리 몸에 전달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전해질 수도 있고 화장품을 통해 피부로 전달되기도 한다. 또 임신 중 엄마의 몸 속에 있던 환경호르몬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 밝혀졌다.

■가장 큰 문제는 ‘농축’

환경호르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호르몬은 생물의 몸 속에 남아 축적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작용한다는 것. 더구나 환경호르몬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상위 영양 단계의 생물 몸에 축적되는 ‘생물 농축’ 현상을 보이므로 최종 소비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 인간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유다.

또 환경호르몬에 의한 영향은 복잡하게 나타나 그 원인을 신속하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과를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이 밖에도 환경호르몬이 태반이나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것과 우리 주변에 너무도 다양한 곳에 포함돼 있어서 접촉을 막는것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으려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우선 우리가 먹는 식품 속의 환경호르몬의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호르몬은 먹이 단계를 올라가며 농축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육식 보다는 채식을, 특히 유기농산물을 이용한다면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다.

또 음식의 조리 단계에서도 환경호르몬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제품은 열을 받으면 환경호르몬을 방출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물을 넣고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뜨겁고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것도 금물이다.


이 밖에도 손을 자주 씻고 마루와 창문턱을 자주 청소하는 등 일상 생활 태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처 방법은 역시 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염소 표백을 하는 세정제와 위생용품 사용을 줄이며 폐건전지를 분리수거하는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려는 인류 공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공동기획=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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