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특파원】 미국의 대형 가전제품 유통체인이 파산을 신청하고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의 주가는 휴짓조각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본격적인 실물경제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59년간 비즈니스를 해온 미국의 2위 가전제품 전문 유통체인 서킷시티는 최근의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10일(현지시간)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서킷시티가 이날 버지니아주 소재 미 연방 파산법원측에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에 따르면 채무가 약 23억2000만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전자제품 공급업체에 대한 부채는 총 6억5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회사 중에는 휴렛팩커드가 약 1억2000만달러로 가장 액수가 많고 삼성전자(1억1600만달러)와 소니(6000만달러)가 그 다음으로 높았다.
서킷시티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약 150개 매장을 두고 있는 대형 체인으로 최근 들어 베스트 바이를 비롯한 다른 가전제품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파산보호 신청 소식은 지난 3일 매장 중 20%를 폐쇄하고 약 1만명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나온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굴지의 금융회사들과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서킷시티와 같은 대형 소매시장 체인이 파산을 신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같은 날 도이체방크가 미 자동차업계의 상징인 제너럴모터스(GM)의 목표 주가를 ‘0달러’로 낮췄다는 치욕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실물경제의 심각성이 고조됐다.
도이체방크는 GM에 대한 투자 의견을 보유(hold)에서 매도(sell)로 하향 조정하고 기존 주당 4달러이던 1년 내 목표 주가를 0달러로 낮췄다.
도이체방크는 투자 보고서에서 GM의 현금 보유고가 다음달 50억달러 이하로 떨어져 내년 1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사실상 파산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 국민에게 친숙한 대형 회사들의 파산과 주가 폭락 가능 소식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이미 얼어붙기 시작한 미국의 실물경제에 찬물을 더 끼얹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컨설팅업체인 ‘스트라티직 리소스 그룹’의 버트 플리킨저 실장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소매업체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적인 일”이라며 최근의 신용위기가 미국의 실물경제까지 확실하게 파고들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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