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의 ‘KING展’
신예작가 손동현은 한국 전통의 초상화 기법과 대중문화의 인기 아이콘을 결합하는 이색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적 양식의 초상화에 배트맨, 로보캅, 슈렉 등의 할리우드 인기 캐릭터를 재현하거나 전통 문자도에 나이키, 버거킹, 스타벅스 등의 유명 브랜드 로고를 대입한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손동현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지배했던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를 그린 신작 15점으로 오는 12월 20일까지 서울 청남동 갤러리2(02-3448-2112)에서 ‘KING展’을 개최한다. 더 이상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던 1989년에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한 마이클 잭슨의 인물화들이다.
사실 마이클 잭슨은 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새로운 시대에 영감을 불어넣은 살아 있는 역사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반세기에 걸친 대중 문화사를 그보다 더 잘 아우를 수 있는 아이콘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KING시리즈’를 통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작품에 넣었던 제발(題跋)을 빼고 초상화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 작품을 눈여겨 보면 마이클 잭슨은 우리가 그의 앨범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본 듯한 익숙한 의상과 포즈로 의자에 앉아 있다. 하지만 1989년 이전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호피가 깔린 의자에 앉아 화문석 바닥에 발을 올려놓고 있으며 1989년 이후는 붉은 어좌(御座)에 왕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마이클 잭슨을 지금 돌아보는 것은 대중음악이 패션, 영상, 과학, 그리고 태도와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한 역사를 들춰보는 것이다. 요즘 그가 잠시 세상을 비추다 떨어져버린 비운의 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가 쫓았던 게 대중의 욕망이고 보면 변화해온 그의 모습 그 자체는 대중의 뒤틀린 욕망을 비추는 거울에 다름아니다”고 말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