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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모자와 황금날개] <25> 죽은 자들로부터 오는 신호 ③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20 17:26

수정 2008.11.20 17:26



■글: 박병로 ■그림: 문재일
타로카드에서 10번 아르카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윤회를 의미한다. 불행이든 행운이든 모든 것은 재귀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곧 변화가 시작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나타낸다. 거대한 바퀴를 타고 도는 세 동물은 죽은 자의 수호신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연결 고리이자 통로다.

사업이 잘 될 것인가? 맨 처음 뽑아든 카드는 질문을 던진 영철의 자기 질문에 대한 감정을 나타낸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상징하는 변화와 새로운 시작, 죽은 자의 수호신으로부터 오는 메시지 등이 영철로서는 몸서리칠 정도로 정확했다. 운명적으로 새로운 출발선, 인생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확신이 섰다.

두 번째로 뽑은 카드는 앞으로 주의하고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의미한다. 영철은 8번 아르카나 ‘힘’을 뽑았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으르렁거리는 사자를 제압하고 있는 그림인데, 이것은 유연함으로 얻는 강한 권력을 나타낸다. 불굴의 의지와 내면에서 으르렁거리는 사자를 억누르는 유연한 강인함이 앞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뽑은 카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응답을 보여 주었다. 마스터는 1번 아르카나 마법사가 나왔다는 점에서 무척 놀라워했다. 이 카드에는 테이블 위의 성배와 지팡이, 검, 금화 그림이 있고, 머리에 영원을 상징하는 그림과 허리에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그림이 있다. 사업이 잘 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는 최선의 카드였다. 신과 인간의 중재자로서 그는 무한한 잠재력을 타고 났으며, 창의력를 발휘하고 책략을 쓰게 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한 장의 카드를 남겨 놓고 마스터가 긴 한숨을 쉬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뽑은 카드는 15번 아르카나 데빌. 악마, 사탄, 이건 물론 좋은 카드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게 오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속박, 타락, 황폐한 생활을 상징하는 악마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부자예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실감 나네요.”

마스터는 네 장의 카드를 조합하여 다섯 번째 카드를 지목했다. 그것은 승리를 뜻하는 전차 카드였다. 네 장의 카드를 단 하나의 카드로 대체한다면 그것이 7번 아르카나 전차라는 것이었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의견충돌과 역경을 딛고 끝내 성공한다는 뜻의 카드였다.

“좋은 패를 쥐었으니 우리 코너의 모든 손님들께 술 한 잔씩, 어때요?”

가면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영철이 일어나 둘러보았다. 타로카드점을 치는 보조 테이블 두 곳과 일반 탁자 세 좌석에 여나믄 명이 앉아 있었다. 영철은 한 사람 앞에 맥주 한 병씩 돌아가는지 지켜보고 나서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노이만이 일어나 박수를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영철을 끌어안았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어. 빙고!”

그 순간 람보 가면을 쓴 조향미도 일어났다. 그리고는 과장되게 두 팔을 벌리고 영철을 껴안았다. 잊고 있던 향수냄새가 났다. 가슴이 뭉클 했을까, 철렁 내려앉았을까. 영철은 말초신경에 전해지는 자극을 느꼈다.
가슴이 풍만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조향미의 어깨너머로 야릇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서로 껴안거나 얽혀서 깊은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허용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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