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의미있는 도전이 시작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구원)이 ‘전파망원경’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비를 이용, 우주의 구석구석을 탐색하고 은하와 우주의 근원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은 “오는 12월 2일 울산대 전파천문대에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준공식을 갖고 본격 연구를 시작한다”며 “KVN은 서울에서 한라산 정상에 있는 쌀 알갱이까지 셀 수 있을 정도의 분해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KVN은 우리나라 천문연구장비를 선진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를 보는 창
천문연구원 KVN 사업그룹장 정현수 박사는 전파가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에게 빛이 없는 세계까지 볼 수 있는 창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우주전파는 지난 1931년 칼 잔스키라는 무선공학자에 의해 처음, 그것도 우연히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천문학계에선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당시의 연구 수준이 원자의 성질과 스펙트럼을 이해하기 시작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천체(별)의 온도와 성분을 결정하는 천체물리학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후 우주의 먼지를 비롯한 수많은 물질들이 적외선이나 엑스선, 전파 등을 방출하고 이를 볼 수 있다면 우주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된 과학자들은 전파천문학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우주 전파의 이용 원리는 텔레비전에 비유할 수 있다. 방송국(우주먼지 등)에서 전파를 뿜어내면 안테나(전파망원경)가 이를 받아들여 텔레비전(전파수신기)에서 영상과 음향 정보로 표현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정 박사는 “100억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생성·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순환과정을 알아내려면 빛이 없는 곳 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때문에 선진국들은 고성능 전파망원경으로 우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원경 지름이 500㎞
그간 우리나라는 쓸만한 전파망원경이 없어 우주의 어두운 공간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12월 2일이면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게 된다. 천문연구원이 지난 2001년부터 380억원을 들여 구축한 KVN이 본격 가동되기 때문이다.
KVN은 서울(연세대)과 울산(울산대), 제주(탐라대)에 각각 지름 21m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름 500㎞짜리 망원경의 효과를 내는 시스템이다. 일본이나 중국 등에 설치된 전파망원경과 연계도 가능해 확장 능력이 무한하다.
이밖에도 KVN은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부터 높은 주파수 대역까지 4채널의 주파수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전파망원경이다. 이는 지금까지 지구 대기의 영향으로 시도되지 못했던 높은 주파수대역(129㎓)도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 박사는 “미국의 VLBA나 유럽의 EVN가 우리나라 장비보다 더 큰 지름을 자랑하지만 우리는 가장 높은 주파수 대역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선진국이 보지 못하는 곳에 대한 곳의 연구영역을 갖췄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한편 천문연구원은 준공에 앞서 일본의 국가전파망원경 관측망인 ‘VERA’와 시범 관측을 해 본 결과 두 개의 ‘활동성 은하핵’과 ‘별 탄생 영역’에서 싱크로트론 복사와 물분자 메이저선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천문연구원은 KVN을 일본의 관측망들과 연결, 동아시아 전체를 관측할 수 있는 2500㎞급 전파망원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 1997년 정지궤도위성에 전파망원경을 붙여 쏘아올린 바 있으며 조만간 2호기도 쏘아올린다.
■전파망원경=빛을 감지하는 광학망원경과 달리 천체에서 내는 전파를 관측한다. 빛이 없는 곳까지 우주공간을 구석구석 볼 수 있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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