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공격적인 투약이 필요하다/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3 16:35

수정 2008.12.03 16:35

우리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10월 광공업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서비스업 생산이 멈춰서는 가운데 11월 수출마저 전년 동월 대비 18.3% 급감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들의 심리를 가늠하는 소비심리지수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경기관련지표들이 급전직하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가 얼마나 많이 생산했나를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하며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4분기(-6.1%)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실질 GDP 증가율이 3%대 인데도 실질 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많이 만들어서 내다팔았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국민의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한 반면 우리가 만들어서 수출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경쟁이 심한 최종재여서 값을 쉽사리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 등 신흥시장국 경제도 휘청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를 이끄는 단발엔진 역할을 하던 수출 증가율 또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여기에다 소비와 투자마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낼 동력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이 두어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우리 경제 전망의 스펙트럼이 어느 때보다 넓게 펼쳐지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4% 안팎에서부터 UBS증권의 -3.0%까지 차이가 무려 7%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총 13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및 재정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중 절반 정도를 시중에 풀었다. 한국은행은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낮췄다. 그런데도 시중에는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이미 몇몇 건설업체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이 부도에 몰리고 있다. 또 은행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도마에 올라있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견해를 내지만 투약이 약한 탓은 아닐까.

미국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예금보험공사 등이 모두 합쳐서 7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유동성 및 재정을 공급키로 했다. 미국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다. 이 중 3조달러 정도를 이미 집행했을 뿐 아니라 집행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FRB는 기준금리를 9차례나 인하했을 뿐 아니라 기업이 발행하는 단기어음을 직접 매입하는 등 다양하면서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이 그나마 추락하는 미국 경제를 진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유동성 공급(133조원)이 GDP의 15%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금리 인하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가운데 금리 수준은 4.0%로 미국의 1.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불을 끄기 위해서는 홍수를 겁내서는 안 된다.

마른 논에 세숫대야로 물을 퍼부어야 별무효과다. 보다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경기부양과 유동성 공급은 물론 추가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풀린 돈이 시중금리를 낮추고 기업들에 흘러갈 수 있도록 FRB처럼 지금까지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전향적이면서 다양한 방법과 제도적 장치를 구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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