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투입한 원화 유동성만 해도 규모가 13조원에 가깝고 기준금리만 세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내렸다.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최대 5조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데 정부가 취한 조치를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꿈쩍도 안하고 있으며 시중의 자금 경색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각종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0∼11월 두 달간 0.3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 주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적격 등급인 BBB-급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9월 말 10.81%에서 10월 말 11.32%, 11월 말 12.53%로 계속 올랐다. 우량채인 AA-급 회사채 금리도 같은 기간 7.76%에서 8.13%, 8.91%로 급등했다.
기업의 단기자금줄인 91일 물 CP 금리는 9월 말 6.56%에서 11월 7.26%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7.1% 선으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금리가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채 은행채 시장의 신용경색이 가중되자 그 충격은 신용도가 낮아 이자부담이 더 많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신용경색이 카드채와 할부금융채 등으로 전이되면서 서민과 종소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어서다.
주 고객이 서민층인 저축은행의 일반대출 금리는 올해 1월 연 11.94%였으나 9월 12.29%, 10월엔 13.14%까지 올라갔다.
최근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면서 그 불똥이 고스란히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등으로 튀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28일 400억원 규모의 카드채를 최고 9.19%(3년 만기)의 금리에 발행했다. 카드채 금리가 9%를 넘은 것은 카드 사태가 발생한 2003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카드채 금리의 상승은 고스란히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신용카드사의 대출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
할부금융사 같은 캐피털사들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연체율까지 올라가면서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은 결국 사채나 대부업체 등을 찾는 수밖에 없다.
/toadk@fnnews.com 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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