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포춘클럽 산책] ③ 우림건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9 17:30

수정 2008.12.09 17:30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보증채무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을 정리하는가 하면 보유한 알짜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확보에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이 같은 위기에 대비해 이미 지난 여름부터 사업과 조직 구조조정을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견주택전문건설회사 중 ‘맏형’격인 우림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김진호 총괄사장은 지난 7월 지휘봉을 잡은 후 불황에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펼쳐온 방만한 사업과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 사장은 우량 사업부지를 매각해 회사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절감에 나섰다. 주택사업에만 치우쳐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공공사업과 해외사업으로 다각화시키면서 4개월여 만에 우림건설을 요즘 같은 극한의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자생력 강한 건설사로 만들었다. 우림건설의 변신을 이끌고 있는 김진호 사장을 만나 회사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사업부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림건설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시키고 금융리스크를 줄여 위기에 강한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7월 총괄사장에 취임했을 때 제일 먼저 느낀 점이 요즘 같은 불황기에 살아남기에는 사업이 너무 방대하고 포트폴리오도 주택부문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것이었다. 카자흐스탄 신도시 사업 규모만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서울 금천구 도하부대 이전지 개발사업도 1조7000억원이었다. 여기에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와 경기 평택 용이동 등지의 대규모 주택사업 등을 합치면 보증채무로만 나가는 금융이자 부담이 매우 컸다. 2∼3년 뒤에나 착공할 수 있는 사업들을 비싼 금융이자를 물어가며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금천구 도하부대 이전지 개발사업을 롯데건설에 넘겨 1580억원의 보증부담을 털어낸 데 이어 김포한강신도시(878억원)와 평택 용이동(500억원)의 주택사업권도 다른 건설사에 넘겨 총 2958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부담을 덜었다. 앞으로 대규모 해외프로젝트인 카자흐스탄 우림애플타운 사업과 경기 용인 어정가구단지 사업에 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조직과 인력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사업 다각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6부문 9본부 체제를 7개 본부 체제로 슬림화했다. 각 본부는 최고경영진의 직접 지휘아래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성격의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인력 구조조정도 벌써 두 차례나 단행했다. 실적과 다면평가를 통해 1차로 지난 7월과 10월에 임원을 각각 22명, 80명을 줄였다. 590명에 달하던 직원도 구조조정과 자연감소를 통해 390명으로 줄어들었다. 인력구조조정만으로 인건비가 연간 300억원 정도 줄어들게 됐다.

―사업다각화는 어떤 식으로 추진하고 있나.

▲건설사의 가치는 수익구조보다 사업구조 다각화가 더 중요하다. 주택사업에만 너무 의존할 경우 주택경기의 부침에 크게 휘둘려 경영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우림건설은 주택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 줄여 40%까지 낮출 계획이다. 대신 공공사업과 해외사업, 재개발, 재건축사업 등을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9% 정도인 공공사업 비중을 앞으로 30%까지 늘릴 방침이다. 공공공사는 수익을 내기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이를 위해 인력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공사업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사회간접자본(SOC)시설 입찰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카자흐스탄에 이어 알제리에서도 대규모 신도시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림건설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 사업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경영상황은.

▲우림건설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태여서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경영사정에 별 문제는 없다. 사업포트폴리오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다각화했다. 건설업계 위기가 심화되면서 이제서야 다른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우림건설은 최소 6개월 이상 빨리 대처한 셈이다. 우림건설이 한때 ‘위기설’의 표적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상황은 회사채 만기가 내년 4월이 지나야 돌아오기 때문에 유동성 걱정은 없다. 다른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비해 우림건설은 지방 분양을 안했기 때문에 장기미분양의 리스크도 없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300가구 이내다.

―아직도 회사 매각과 카자흐스탄 사업 매각 등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는데.

▲루머에 불과하다. 카자흐스탄 사업은 이미 지난 6월 4000억원의 PF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우림건설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적됐던 카자흐스탄 사업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내년 3월이면 본격적인 분양수입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왜 매각하겠는가. 다만 카자흐스탄 사업에 대해 이랜드측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를 원하면서 이런 소문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이미 협상은 깨진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주요 사업은.

▲우선 해외사업으로 카자흐스탄 우림애플타운은 후 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현지 사정상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우림건설은 카자흐스탄에서 현지기업화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곧 카자흐스탄 정부 발주 토목공사에도 참여하게 된다. 중국 쿤산 신도시개발사업인 태극프로젝트도 총 2000가구 중 1차 500가구는 모두 분양을 끝내고 입주를 실시 중이며 2, 3차도 분양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8200억원 규모의 부그줄 신도시 부지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2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디압델라, 부이난 등의 신도시 사업도 주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비교 우위에 있는 첨단 아파트형 공장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의 성남지방산업단지에서 우림라이온스밸리 2,3,5차를 동시분양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서 대규모 민간도시개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국민은행과 6000억원의 PF조인식을 마친 상태로 이곳에는 3013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게 된다. 사업비 규모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재의 서울 서초동 사옥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내년 1월 중 경기 성남의 아파트형공장 우림라이온스밸리로 이사할 계획이다.
서초동 본사 사옥은 매각이 아니라 임대를 놓는다. 이 건물은 380억원에 매입해 1년여 만에 시세기준으로 7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임대료가 워낙 비싼 곳이어서 임대 수입금이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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