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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세상이 열린다] 1.‘똑똑한 TV’ 생활의 혁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0 16:36

수정 2008.12.10 16:36



최근 IPTV(인터넷TV)를 보기 시작한 김민호씨(33·서울)는 KT ‘메가TV’의 양방향드라마에 푹 빠졌다. ‘미스터리 형사’라는 8부작짜리 수사극으로 국내 최초의 IPTV용 드라마다. 영화와 같은 이미지에 스토리 전개도 빨라 극 전개가 느린 지상파방송 드라마보다 매력적. 지난 11월 21일 첫 방송이 나간 후 김씨와 같은 마니아가 생길 정도다. 뇌물수수, 살인 등의 누명을 쓴 3명의 형사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범인을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이 탄탄하게 전개된다. 또 드라마 마지막에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압권이다.
진범이 뜻밖의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청자가 참여하는 양방향 드라마라는 점. 원하는 결말을 골라서 볼 수 있다. 어떤 스토리가 극의 재미를 더했는지도 바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김씨는 “TV를 보다가 화면 왼쪽에 나오는 빨간버튼을 누르면 드라마에 나오는 어려운 전문용어 풀이와 인물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며 “시청자가 드라마 속에 푹 빠지게 하는 요인을 다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TV방송을 보는 시대가 막을 내렸다. 양방향의 요술상자 ‘IPTV’ 시대가 열리고 있다. TV로 전화도 걸고 인터넷 검색도 하며 채팅까지 할 수 있다. 원하는 콘텐츠는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타고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 양방향서비스도 TV에서 가능하다.

KT가 지난달 가장 먼저 IPTV를 상용화한 데 이어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이 내년 초부터 실시간 IPTV 시대에 뛰어든다. 이렇게 되면 KT ‘메가TV 라이브’ ,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 LG데이콤의 ‘마이LGTV’가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현재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의 프리 IPTV를 포함, 총 180만명이 IPTV를 접하고 있다. 내년에는 350만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PTV의 마술 ‘양방향’

IPTV의 양방향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게 교육서비스다. 이른바 콘텐츠와 양방향을 컨버전스한 T-러닝(IPTV를 활용한 쌍방향 학습)이다. 현재는 완전한 양방향 학습은 아니지만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에겐 문제풀이식 TV 강의에 그치지 않는다. TV 강의를 듣고 질문을 하고 바로 답변도 듣을 수 있다. 더 알고 싶은 자료는 검색해서 콘텐츠를 꺼내 본다.

KT 메가TV의 채널연동형 유아교육은 놀이와 공부를 결합한 것이 포인트다. 알록달록한 그림과 함께 다른 친구들과도 교류하면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학부모들에게는 각종 유아교육 박람회 소식과 추천교재들을 소개해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준다. 경기 구리에 사는 송동철씨(42)는 여섯살 된 자녀를 위해 IPTV를 보고 있는데 “DVD로 사면 몇만원 정도 드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나 영어학습 콘텐츠를 바로바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KT가 메가TV에서 제공 중인 아발론교육 등과 특목고 입시전문학원의 동영상 강의도 양방향 학습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나의 교실’ 메뉴에서 학습이력과 학습진행 상황을 조회할 수 있다. 학부모방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학습 진도·평가 등을 관리할 수 있다.

기업들이 광고 타깃에 맞는 맞춤형 광고도 가능하다. IPTV의 쌍방향 광고는 기존 TV광고처럼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 특징. 40∼50대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은 드라마를 선택했다고 하자. 주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화장품, 주방기기, 교육용품 등의 타깃광고가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KT와 같은 IPTV 플랫폼사업자가 가장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IPTV 비즈니스로 꼽는다.

KT 윤경림 미디어본부장은 “지금의 광고는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뿌려지지만 IPTV에선 누가 TV를 보고, 어떤 프로그램을 보는지 파악한 다음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구입할 만한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비자가 참여하는 양방향 이벤트도 바로 할 수 있다. TV 화면에 따라 리모컨 버튼만 누르는 식이다. 광고는 VOD 프로그램을 보기 전 콘텐츠가 다운로드되는 시간에 나온다. SK브로드밴드가 IPTV 최초로 지난달 브로드앤TV를 통해 ‘쏘울’ 퀴즈 이벤트를 했는데 2만여명이 참가했다. 기업들은 최대한 홍보효과를 살릴 수 있어 좋고 플랫폼사업자들의 광고수익이 가능한 모델이다.

윤 본부장은 “TV라는 윈도에 양방향이라는 특성을 살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낸다면 IPTV의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다”면서 “특히 IPTV의 양방향성에서 파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보물창고 VOD

IPTV는 VOD가 보물창고다. 좋아하는 운동선수의 경기장면, 가고 싶은 여행지, 학습, 운동, 레저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실어나를 수 있다. 현재 IPTV에서 확보한 콘텐츠는 업체별로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8만여편 정도 된다. 실제로 노출된 것은 1만편 남짓. 사업자별로 스포츠, 교육, 취미, 예술 등 특화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가령 메가TV 하면 ‘교육’, SK브로드앤TV는 ‘영화, 스포츠’, 마이LGTV는 ‘예술, 다큐’ 이런 식이다.

이 같은 VOD가 영화유통시장도 흔들고 있다. DVD로 나오기 전에 IPTV에서 극장 개봉영화가 먼저 나오는 것이다. 지난 5일부터 IPTV에서 워너브러더스의 올해 최고 히트작 ‘다크나이트’를 2500원짜리 VOD로 볼 수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이같이 ‘극장 상영 후 IPTV에 먼저 제공하는 일종의 ‘프리 DVD(Pre-DVD)’ 서비스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극장 개봉→DVD 출시→온라인(VOD) 상영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유통 관행이 IPTV의 등장과 함께 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IPTV사업자 입장에선 VOD가 주요 수익원이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입자의 10% 정도가 DVD 출시 전 또는 동시에 출시된 영화 VOD를 한달에 7000원 정도를 내고 2∼4편 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옛 하나TV)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470억원 중 56억원을 유료VOD에서 수익을 올렸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사진설명=KT 메가TV는 어린이들을 상대로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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