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시절 시위 전력 때문에 행정고시 필기합격자가 면접에서 불합격 처리 됐다는 의혹이 20여년만에 진실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는 10일 “‘제24∼25회 행시 면접 탈락 사건’을 조사한 결과 당시 총무처가 행시 면접과정에서 시위 전력이 있는 응시생들을 불합격 시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위에 따르면 1980년 총무처는 ‘시국 데모를 한 사람들은 배제하라’는 장관 지시를 받았다. 총무처는 국가안전기획부로부터 응시자들의 출신대학과 시위전력자 명단 등을 확보해 불합격자 리스트를 만들었고 면접위원들에게는 ‘해당 명단에 오른 사람들을 불합격 시키라’고 통보했다.
진실위는 “당시 총무처 고시1과장이 조사 과정에서 ‘시위 전력자를 탈락시키라’는 장관의 지시에 따라 안기부에 신원조회를 요청해 명단을 작성했으며, 시위전력이 있는 면접생에 대해서는 이름에 빨간 줄을 그어놓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면접위원 Y씨 역시 진술과정에서 시위전력자들이 정당한 평가없이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위는 “진정인들이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므로써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자살한 박씨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박씨는 1980년과 81년에 걸쳐 두번 연속 행시에 낙방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본 응시생은 윤종규 김앤장 법률 사무소 상임고문,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박문화 씨 등 5명이다.
백 교수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합격증을 받는다 해도 실제 근무할 수야 없겠지만 합격증은 꼭 손에 쥐고 싶다”고 말했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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