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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된 스톡옵션,반토막난 우리사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4 22:05

수정 2008.12.14 22:05



#1. A외국계 기업 한국 자회사에 다니는 입사 7년차의 정모 대리(30·여)는 혹독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경기 한파가 몰아치며 연말 보너스가 대폭 삭감되고 회사에서 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증시 급락으로 휴짓조각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정 대리는 올해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 주식 400주를 받았다. 당시 회사 주가는 40달러선. 하지만 최근 주가는 13달러까지 폭락했다. 주가가 1년도 되지 않아 67.5%가 하락하며 스톡옵션 행사 가격 이하로 떨어졌다.
정 대리는 “회사 내에서도 손해를 본 금액이 천차만별이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뿐”이라고 말했다.

#2. B 증권사 김모 과장(42)은 청약가를 밑도는 우리사주 때문에 한숨 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각 증권사들이 앞다퉈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우리사주조합에도 주식을 배정했다.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만 해도 증시 상황이 나쁘지 않았고 전망도 좋아 당시 주가보다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직원들 대부분이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증시 침체기로 증권주가 직격탄을 맞으며 우리사주 가격도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침체가 직장인들의 지갑마저 얇아지게 만들고 있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스톡옵션은 무용지물이 되고 우리사주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14일 통계청의 ‘2007년 기업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톡옵션 제도를 적용하는 기업은 957개로 2006년(897개)보다 6.7%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금융보험업(29.4%)의 도입 비율이 가장 높았고 출판·영상·통신업(21.4%)과 도소매업(11.4%)이 그 뒤를 이었다. 임원을 대상으로 한 기업이 28.8%, 전 직원 대상 기업은 28.4%로 집계됐다. 우리사주제 도입 기업도 1521개로 전년(1397개)보다 8.9% 증가했다.

스톡옵션은 자사주를 액면가나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여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각해 차익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최근 주가보다 낮거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스톡옵션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증시 급락으로 우리사주를 통해 손실을 입은 직원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산 까닭에 이자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리사주의 손실부담을 줄이면서 종업원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우선 배정제도와 함께 대주주 및 회사의 무상출연, 차입형 우리사주제, 우리사주매수선택권제 등 다양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이 좋을 때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큰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주가 급락으로 행사 의미가 없어져 퇴사시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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