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은 축제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력을 잃은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우리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낄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까지 있다.
■‘나쁘지 않은’ 오바마노믹스
오바마 대통령이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맞아 꺼내든 카드는 ‘정면돌파’다. 적게는 8500억달러, 많게는 1조달러를 투입해 300만개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 이후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는 만큼 미국은 물론 세계 실물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노믹스’가 차질없이 추진되면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세계 경제 회복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다.
오바마 정부가 돈을 쓰려는 분야도 우리 경제에 나쁘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신뉴딜 정책’이란 이름처럼 환경산업에 투자를 집중키로 했다. 우리 정부가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택한 ‘녹색뉴딜’과 맥을 같이 한다. 국내의 녹색뉴딜정책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미국의 경기활성화 정책이 본격화해 미국 경제가 안정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미국정부의 기조를 우리 여건에 맞게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 득일까 실일까
오바마의 통상정책관은 ‘공정무역’이란 용어로 집약된다. 국가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없애거나 시장개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선 자유무역의 성격을 지녔지만 국가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필요시 규제를 한다는 점에선 보호무역적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오바마의 통상정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극과 극’이다. 우선 미국이 공정무역을 명분으로 삼아 각종 무역장벽을 높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로 오바마는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캐나다 및 멕시코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보호무역적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발등의 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정부는 여전히 “재협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재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오바마 당선자는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 FTA를 반대해 왔고 지금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재협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이 재협상을 고집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쇠고기, 쌀, 개성공단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반면에 오바마의 공정무역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등 무역불공정 행위가 사라진 만큼 미국이 우리나라를 견제하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과거에 일본을 견제하던 미국은 일본이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자 90년대 이후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견제로 옮겨갔다”면서 “오바마 정부도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견제를 할 확률이 높고 이는 우리 경제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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