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 연쇄살인’20년대부터 강호순까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30 13:52

수정 2009.01.30 17:01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 용의자인 강호순(38)이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실종된 7명의 부녀자를 살해했다고 30일 자백했다.

그가 연쇄살인범으로 인정될 지 최종 판단은 당연히 법원의 몫이겠지만, 매번 그렇듯 비슷한 행각을 저지른 인물들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수 살인’ - 이판능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가 펴낸 ‘한국의 연쇄살인’ 책 등에 따르면 국내 언론에 다수 살해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은 1921년에 발생한 ‘이판능 사건’이다.

이판능(26세)은 당시 점령국인 일본제국의 도쿄에서 시 전기국소소속 전차의 차장(운전수)이었는데 같은 집에 사는 일본인 부부가 없어진 수건 3장을 자신의 소행으로 의심하자,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뒤 이웃 주민들도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러 17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러나 이판능은 정신착란, 민족감정 등이 감안돼 1심 무기징역이 2심에서 징역7년6개월로 감형 받았다.


▲최초 연쇄살인범 - 이관규

살인행위에 ‘냉각기’가 있는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볼 수 있는 것은 1929년 6월2일 경기도 고양군에서 11살 남자아이를 성폭행 살해하고 다음달 12일 서울 영등포 주택가에서 9살 남아를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이관규다.

같은 전과가 있는 ‘소아기호증적 성범죄자’ 이관규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1년6개월 뒤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다.

▲70년대 - 김대두, 부산 어린이 연쇄납치 살인,

이후 엽기적인 살인은 다수 있었으나 연쇄살인은 다행히 수십 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70년대 들어 연쇄살인 2건이 연이어 일어나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폭력전과 2범 김대두(25)가 출소 이후 경기도 평택, 양주, 시흥, 수원 등을 돌아다니며 70대 할머니, 40대 부부, 3살 유아, 갓난아기, 20대 부녀자 등 17명을 둔기로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3만원을 빼앗은 것.

김대두는 경찰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잘 살아 보겠다’고 진술했지만, 오히려 그가 맡긴 피 묻은 청바지를 수상하게 여겨 신고한 세탁소 주인은 1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김대두는 2004년 유영철 사건 발생 전까지 30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뺏은 연쇄살인범으로 기록됐다.

70대 또 다른 하나의 사건은 부산에서 발생한 어린이 연쇄납치 살인 사건으로, 범인은 사체에 ‘후하하하 죽였다’와 같은 엽기적인 글을 남겼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서 “조속히 체포하라”고 지시했지만 범인은 끝내 검거되지 않았다. 표 교수는 정신질환을 가진 20∼30대 남자로 사건 전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80년대 - 김선자, 심영구, 경기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80년대는 가정주부 김선자(49)가 카바레와 도박 등으로 300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빨리, 확실하게 죽는’ 청산가리를 구입해 친아버지와 동생 채권자 등 5명 독살해 빚을 탕감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표 교수는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최초의 연쇄살인범도 바닥난 금고를 채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다른 사람을 독살해 돈을 빼앗는 것이라 생각했던 17세기 프랑스 여성 ‘마르키즈 드 브린빌레’”라고 설명했다.

89년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서울과 성남, 구리 등 수도권 도심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흉기로 마구 찔러 8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살인범이 나타났다. 심영구(30). 돈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군사독재 정권이 막바지에 달하던 때라 모든 관심이 정치와 권력의 향배에 쏠려 있었고 ‘경기남부 부녀자 연쇄살인(화성연쇄살인)’ 등 때문에 사건은 축소됐다.

표 교수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행해진 것도 아니고 증거인멸 시도도 없어 사건 초기 공개수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면 추가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피력했다.

‘끝나지 않은 악몽’ 경기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도 역시 80년대에 일어났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심영구와 반대로 지나치게 관심 집중돼 지역 주민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86년 9월∼91년 4월 경기 화성 일대에서 여중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부녀자 10명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돼 발견됐는데 경찰 수사를 비웃듯 장기간에 걸쳐 범죄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범인 검거는 ‘진행 중’이다. 책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모방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90년대 - 조경수.김태화, 지춘길, 대천 연쇄유괴 살인 추정 사건, 황영동, 지존파, 온보현, 막가파, 정두영, 김해선, 김경훈.허재필

90년대에는 교도소 동료인 조경수(24)와 김태화(22)가 ‘술집을 차릴 3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전남 광주, 서울 구로.종로 등에서 5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또 미용실을 상대로 38차례 강도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사형제도는 위헌이며 범행 전에 늘 술을 마신 ‘심신장애 상태’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춘길(47)은 전과 때문에 10년의 보호감호 처분을 선고받자 이를 엉뚱하게 폭발시켜 힘없는 노인 6명을 살해하고 불을 질렀고 충남 대천에서는 영아 4명과 어린이 1명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연쇄유괴 살인 추정 사건’이 발생했다.

98년에는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됐다가 눈에 녹내장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난 황영동(49)이 대전으로 가 임산부와 60대 할머니 등 5명을 살해했다.

“더 죽이지 못한 게 한이다”라고 외쳤던 지존파 범행도 90년대에 일어났다. 김기환(26) 등 조직원 6명은 93년 7월 ‘지존파’를 결성, 사업가 부부를 납치 살해한 것을 비롯해 배신한 조직원 1명 등 모두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하거나 불에 태웠다.

부녀자 6명을 납치 살해한 택시운전사 온보현(38)과 ‘막가파’ 등 주목을 받으려는 모범범죄가 뒤따르기도 했다.

2000년 검거된 부산.울산 연쇄살인범 정두영은 1999년 6월∼2000년 4월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부유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잇달아 살해했고 같은 해 김해선(32)은 전북 고창에서 3명을 연쇄 살해했다.

김경훈(29)과 허재필(25)은 수원 일대에서 훔친 택시로 2일간 부녀자 5명을 납치 살해해 사체를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

▲2000년대 유영철, 정남규

한국 범죄사에서 ‘희대의 살인마’로 기록된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살해하고 시체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했다.

그는 자신의 불운한 성장 과정에 대한 비관과 부유층을 향한 적개심으로 부유층 노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고, 나중에는 출장안마사나 노래방 도우미 등 여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철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서울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범 정남규가 등장했다.

그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 사이 모두 25건의 강도상해, 살인 등을 저질러 13명을 숨지게 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정남규를 수사했던 한 경찰은 “유영철과 정남규가 만났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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