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함유량이 기준치보다 5000배 이상 초과된 한약을 영아에게 판매한 약사에게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병로 부장판사)는 의료사고 피해자인 K양(5) 가족이 약사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K양의 어머니는 딸이 지난 2004년 4월 생후 1개월이 지나면서 간질 증세를 보이는 오타하라증후군을 앓자 같은 해 8월 동네 약국에서 한약 처방을 받았다.
당시 약사 김씨는 “경기는 열을 빼야 없어진다”며 ‘안궁우황환’이라는 한약을 처방했다.
김씨가 처방한 안궁우황환은 황화수은과 이황산비소 등이 다량 함유된 주사와 웅황 등의 생약으로 조제됐다.
K양 어머니는 김씨의 처방에 따라 안궁우황환 1환을 딸에게 먹였지만 K양은 오히려 설사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K양 어머니는 “열을 빼는 과정”이라는 김씨의 말만 믿고 2004년 11월까지 안궁우황환 77환을 K양에게 투약했다.
결국 K양은 폐렴 등 증세를 보이며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측 검사 결과 안궁우황환에는 수은이 1만∼1만8000ppm, 비소는 1만4000∼3만ppm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사건으로 광물성 생약의 중금속 기준을 마련해 주사 중 수은 함유량은 2ppm 이하, 웅황 중 중금속 함유량은 20ppm 이하였다.
K양이 기준치보다 5000배가 넘는 수은이 포함된 약을 장기 복용해 중금속에 중독된 것이다.
K양 가족은 김씨와 생약을 제조한 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 중금속이 과량 든 환약을 판매해 K양을 중금속에 중독되게 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K양이 오타하라증후군이라는 병을 앓았던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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