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대기업 정수기시장 진출 무분별한 사업확장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4 10:54

수정 2014.11.07 10:04



‘대기업, 돈 되는 일이면 다 한다?’

정수기시장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그동안 ‘중소기업형 시장’으로 여겨진 정수기 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인쇄, 자판기 운영에 이어 올해 정수기까지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평가되어 온 영역에 대기업이 손을 뻗치면서 중견·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온수기에 이어 중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 ‘진텍’과 손잡고 다음달 정수기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신사업추진실에서 ‘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삼고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 일본 히타치사와 제휴를 통해 이온수기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LG전자가 ‘세계 1등 상품(월드 리딩상품)’을 수십여개 출시하고 ‘하이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톱 전략’을 표방하면서 이처럼 중소기업형 가전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표리부동한 자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의 한라웰스텍도 최근 중공사막 방식의 냉온 정수기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중국 대표적 가전 브랜드 ‘하이센스’를 수입·판매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수기 브랜드 ‘에피아’를 알리고 역삼투압 방식의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된 기능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잇따른 시장 진출에 10년 이상 정수기를 만들어 온 중견기업들은 일단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영세 중소 정수기 제조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인 LG전자가 이온수기에 이어 정수기까지 눈독을 들이자 유사 제품이 주력인 웅진코웨이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유제강 대외협력본부장(상무)은 “LG전자가 헬스케어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사업을 확장할 태세여서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영향은 정확한 사양과 판매방식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중소기업형 사업모델에 대기업이 뛰어든 것은 좀 의외”라고 평가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도 “정수기는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15년 동안 쌓아온 관리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고려할 때 대기업이 쉽게 승부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우, 삼성도 과거에 정수기에 뛰어들었다가 서둘러 접은 적이 있다”며 “주기적으로 필터 관리가 필요한 정수기는 OEM 판매로는 적합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싸움에 추가로 부도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5위권의 중소 정수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시장이 치열해짐에 따라 광고·마케팅에 집중하고 가격까지 내려버린다면 중소 정수기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영세 중소 정수기 제조업체는 250곳이 넘는다.

한편 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03년 100만대에서 지난 2006년 110만대, 지난해에는 124만대로 매년 10%씩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수기를 한번 사용한 소비자들 사이에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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