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국회 현주소, 욕설·몸싸움·기물파손..끝없는 정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7 17:57

수정 2014.11.07 09:34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안 기습상정 이후 국회 곳곳에서 몸 싸움이나 막말과 욕설, 기물 파손 등 후진국형 행태가 적나라하게 펼쳐지면서 아직도 갈 길 먼 2009년 한국 국회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입제한 조치에 곳곳서 욕설, 몸싸움, 기물파손…

국회사무처(사무총장 박계동)는 27일 오후 1시를 기해 ‘국회청사 출입제한조치’를 내렸다.

국회의원 회관 및 본관 상근자, 출입기자 이외는 본관 출입을 통제시킨 것.

민주당이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김형오 의장이 이날로 예정된 본회의를 취소한 데 대해 항의하고 직권상정 포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는 것에 대비, 이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본회의장 점거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

그러나 국회 본청 후문 민원실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12시 30분께부터 본청에 들어가는 야당 보좌진 등과 국회 경위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야당 보좌진 2∼3명이 신분증 제시에도 출입을 제한하는 경위에게 막말과 욕설을 쏟아냈고 이 과정에서 경위가 손가락이 찢기는 찰과상을 입었다.

마침 바로 옆에는 국회의사당을 견학온 초등학교 학생 50여명이 이 광경을 목격했으며, 학생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인솔 교사의 지시에 따라 황급히 본청을 빠져 나갔다.


해당 보좌진은 “지금 상임위가 열리는데 왜 보좌진의 출입을 막느냐. 누가 이런 지시를 내렸냐”고 따졌고, 급기야 민원실과 본청 입구사이에 설치된 자동문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면서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경위측이 사무총장 명의의 ‘출입제한조치’ 공문을 내보이자 이들은 “공문에는 1시부터 출입제한하게돼 있는데 왜 1시 전부터 출입을 제한하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고성이 오가자 이를 취재하려는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문 쪽으로 몰리면서 현장은 삽시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일반인은 물론 국회 사무처 직원, 보좌진까지 본청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 일반인 방문객은 일을 보고 나가려다 경위 제지에 발만 동동굴렀다.

1시가 가까워지면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청으로 들어오려는 사무처 직원, 보좌진, 국회 출입기자 등 수십여명이 한꺼번에 출입문쪽에 몰리면서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정세균 대표 등 현역 의원도 출입 통제 “당황”

일반 관람객 출입은 아예 통제됐으며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김성곤 의원, 한나라당 황영철·김용태 의원 등 현역 의원들도 10여분 이상 본청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출입문 밖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일부 보좌진은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하는 나라가 어디있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방호원 20여명이 긴급 투입되면서 현장은 더욱 혼잡스러워졌다.

한 야당 의원은 본청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문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10여분 이상 문 앞에서 제지당하기도 했다.

국회 본청 정문에서는 오찬을 마치고 돌아오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잠시 출입을 제지당해 민주당 당직자들과 경위들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규탄대회 참석을 위해 들어오려는 민주당 보좌진들이 경위들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유리창이 깨지고 출입문이 파손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오후 2시 정 대표와 면담이 예정된 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원로 인사들도 출입이 제한되자 정 대표가 직접 민원실로 내려와 항의끝에 겨우 출입이 허용됐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방문객 김모씨는 “모처럼 서울 여의도 정치1번지를 찾아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곳곳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못 볼 광경을 보고 말았다”면서 “오늘 일반인들이 많이 국회를 찾았는데 부끄럽고 창피할 따름”이라며 씁쓸해했다.

■상임위 곳곳 충돌..‘직권상정’ 요구도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대부분의 상임위는 야당의 회의장 점거농성으로 파행을 면치 못했다.

이번 입법전쟁 첫번째 격전지였던 문방위 회의장은 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들로 안팎이 꽉 막힌 상태였다.

고흥길 위원장(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소속 문방위 의원들은 이날 오전 내내 위원장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뒤 한 때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야당의 극렬한 저지로 불발되자 ‘질서유지권’ 발동을 경고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질서유지권 발동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장실을 방문했지만 외부 일정을 소화하던 김형오 국회의장의 부재로 무산됐다.

정무위 상황도 크게 다를바 없었다.

김영선 위원장(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소속 정무위 의원들은 상임위에 상정된 은행법·금융회사지주법(금산분리 관련 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에 대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장의 면담이 무산된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적인 통로를 넓혀주는 법안이기 때문에 다 같이 가야 효과가 난다”면서 5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국토해양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토공·주공 통합법)과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야당의 점거농성으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병석 위원장은 급기야 국회 경위를 동원해 야당의 점거농성을 해체하고 한나라당 의원만이 참석한 채 단독으로 회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패했다.


결국 이날 개최 예정이었던 6개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는 열리지 못했다.

/haeneni@fnnews.com정인홍 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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