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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CEO 데이트] <4> 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

안상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2 18:54

수정 2009.03.02 18:54



KB자산운용은 4년 만에 환골탈태했다.

지난 2005년 초 KB자산운용의 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각각 6조9453억원, 8조1278억원을 기록했다. 총 수탁자산(일임제외) 16조1167억원 중 채권이나 단기금융자산이 15조원을 넘었을 뿐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4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이랬던 것이 4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운용사의 기본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이 2005년의 10배인 4조원(주식혼합 포함)을 넘겼으며 사회간접자본(SOC)펀드 등 특별자산펀드 수탁고 역시 1조5000억원이나 되는 등 운용사로서 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바로 이원기 대표(사진)가 수장이 된 이후 달라진 KB자산운용의 모습이다.

■다양하고 분산된 포트폴리오

지난 2월 26일 기준으로 KB자산운용의 수탁고는 25조9826억원으로 한국투신운용을 제치고 업계 4위로 올라섰다. 늘어난 수탁고보다 더 큰 성과는 투자자산별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이룬데다 대체투자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파생상품펀드의 설정액은 8713억원을 기록했으며 부동산펀드와 특별자산펀드는 각각 5730억원과 1조5667억원으로 업계 내에서 3위 안에 꼽힌다.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 역시 각각 2조1203억원과 1조7491억원으로 광개토펀드와 이머징마켓펀드를 주축으로 고르게 성장했다.

이 대표는 “다양하고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내세울 만하다”며 “불황 때도 수익이 안정적일 수 있어 앞으로 성장하는데 발판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최근 시중자금 부동화가 심화되면서 올 들어서만 4조원이 증가한 MMF 역시 KB에는 어려운 시기에 든든한 캐시카우가 됐다. 다른 운용사들은 자금의 유출입이 심하고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법인 MMF의 비중이 절대적인 데 반해 KB의 경우 개인MMF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양질의 MMF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업계 4위라고 하지만 KB하면 이거다 싶게 딱 떠오르는 펀드가 없다. 연간 수익률 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 펀드도 없다. 하지만 수익률 중상위권에서 내려온 적도 없다. 이게 KB가 추구하는 바다. 앞으로도 며칠만에 수백억원이 몰렸다며 인구에 회자되는 히트펀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수익률 1등 펀드는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라며 “화려한 맛은 없지만 꾸준한 수익률로 상대적 가치가 점점 올라가는 운용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펀드 시장은 운용사나 판매사들을 위한 시장이었다. 자본시장법 시대를 맞아 이제는 투자자 입맛에 맞는 맞춤 펀드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운용업계의 판도도 재편될 것으로 봤다.

그는 “수익률 급락을 겪으면서 기대수익은 좀 낮아도 각자 투자자 성향에 맞는 상품으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일시에 많은 투자자의 자금을 빨이들이는 초대형 펀드는 이제 보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KB가 주력할 펀드는 자본시장법 환경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핵심우량주펀드와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이미 이런 준비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국내주식형펀드가 많게는 100종목까지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것과 달리 20개 정도의 핵심기업으로 구성한 ‘KB코리아엘리트20주식형’펀드를 지난해 5월에 설정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상장한 ‘KStar5대그룹주ETF’와 올해 선보인 ‘KStar코스닥엘리트30ETF’ 역시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주식형·해외통화채권형 주목

단기적으로는 조정장이 좀 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1년 이상으로 보면 국내주식형펀드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봤다.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심화되겠지만 국내 증시에는 이를 이미 반영했다는 것.

그는 “국내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최악의 실물 상황을 반영했었다”며 “대내외발 악재에 따라 코스피지수 1000선이 위협받을 수도 있지만 그 이하에서 길게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수출 위주의 경제환경에서 1500선을 넘긴 원·달러 환율의 효과도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틈새투자 상품으로는 한국기업이 발행한 해외통화 표시 채권펀드의 성과가 양호할 것으로 판단했다. 해외에선 리스크 요인이 더 부각되며 저평가됐지만 국내투자자들의 경우 발행기업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만큼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농협과 쌍용차의 해외발행 채권에 투자한 ‘KB클래식사모채권’은 환율 효과까지 겹치며 1개월 수익률이 무려 11.8%를 기록했고 지난달 초 PB센터 상품으로 설정한 ‘KB골드앤와이즈브라질사모채권’의 경우 산업은행 브라질 현지법인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며 예상수익률은 6.9%다.

최근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금펀드의 경우 이미 너무 많이 오른 상태라며 추천하지 않았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이원기 대표는 다음주 펀드 데이트로 동양투신운용의 백창기 대표를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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