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가 ‘가장 존경받는 기업’ 단골 1위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위상마저 흔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GE의 주가는 산하 금융부문 GE캐피털의 부실화 우려 속에 장중 6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소비자·기업 대출은 물론 부동산과 동유럽 채권이 많은 GE캐피털은 지난해 GE 전체 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회사가 흔들리면 GE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들은 잽싸게 GE의 신용등급을 현행 AAA에서 낮출 태세다. GE는 서둘러 금융부문이 올해도 수익을 올릴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시장엔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뒤였다. GE의 위상 추락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세상 어떤 기업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GE는 또 다른 미국의 간판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나 씨티그룹과 비교하면 아직은 양반이다. 회계법인 딜로이트 앤 투시는 4일 GM의 독자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놨고 그 여파로 주가가 1.86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유화의 길을 택한 씨티그룹의 주가는 한때 센트 단위(97센트)로 거래돼 옛 명성에 비하면 사실상 휴짓조각 신세가 됐다.
줄줄이 이어지는 거대 그룹의 몰락 움직임은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새삼 드러낸다. 미국 정부의 온정적인 GM 살리기는 결과적으로 다른 부실 기업들에 버티면 살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에 끝없이 구제금융을 쏟아 붓고 있는 것도 미국 정부에 짐이다. 털 건 털고 한시라도 빨리 일어서야 하는데 여기저기 발목이 잡혀 있으니 옴치고 뛸 수가 없다.
한국의 간판 기업들은 다행히 금융위기의 거센 풍랑에서 한 발 비켜서 있다. 매출이 줄고 수익이 떨어졌지만 아직 생존의 위기에 빠진 기업은 없다. 10여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체질을 개선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요즘 같은 때 시장의 불신은 생존과 직결된다. 한국 경제가 이런저런 ‘설’에 시달리는 것은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내실 있는 경영으로 시장이 터럭만 한 의심도 품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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