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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EO 파워인터뷰]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8 18:14

수정 2009.03.08 18:14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얻으려고 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코스닥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치솟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모가 9800원에서 시작해 9000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트소프트의 김장중 대표이사의 말에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투자자들도 많지만 김 대표는 오랜 기간의 간접 경험으로 상장 후의 후유증에 대해서 걱정해왔다고 한다.

93년 대학생으로 친구들과 창업을 하면서 가깝게 지냈던 선배들의 회사인 한뫼소프트의 성장과 대기업으로의 인수, 결국은 회사가 사라지는 과정을 상세히 본데다 동년배의 벤처 기업 대표들이 코스닥 상장으로 소위 ‘대박’을 내면서 망가지는 경우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당장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해서 유능한 직원들이 일부러 퇴직을 하기도 하고 항상 자금이 부족하던 회사가 수십억·수백억원의 현금을 거머쥐면서 창업자들이 딴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현상이 우리 회사에서도 나타날까 봐 많이 걱정됐습니다.”

김 대표의 우려와 달리 그동안 꾸준히 회사의 복지와 급여 수준을 향상시킨 덕에 직원들의 이직률은 현저히 낮았고 대부분의 이스트소프트 투자자들은 10여년이나 회사와 함께 한 ‘인내심이 많은’ 투자자들이다.

이는 ‘한탕’ 성공을 노리는 벤처 기업가와 거리가 먼 김장중 대표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한창 벤처기업에 대한 에인절 투자가 열풍처럼 쓸고 지나가던 99년 무렵 주당 2500원에 49명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당시 조금 유망하다 싶은 벤처 기업들은 액면가의 수십배에 달하는 투자를 받던 것과 대조적이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사업이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 무턱대고 돈을 투자받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없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2억5000만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는데 그 투자자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우리 회사 주식을 팔지 않고 계시다는 게 우리를 믿는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와 정보기술(IT) 버블을 겪으면서 6개월여간 월급을 주지 못하고 창업 멤버들과도 헤어지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은 터이기에 김 대표의 행보는 늘 조심스럽고 본인의 기본 원칙에 따라서만 움직인다.

재벌 계열사에 시스템통합(SI)을 제공했다가 핵심 소스들을 다 넘겨주는 결과를 낳아서 결국 해당 사업을 중단하고 받기로 했던 보수를 받지 못해 사무실 집기 등을 돈 대신 받는 등 젊은 벤처 최고경영자(CEO)가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신중한 행보를 만든 것이다.

게임 사업에 진출한 것도 내수에만 집중해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데다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믿음이 작용한 탓이다.

또 직원들을 채용할 때도 경력직을 채용하기보다는 회사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신입 직원을 선호하고 상장으로 들어온 자금은 ‘현금이 체력’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상장 이후 주주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코스닥 상장도 10여년이나 기다려준 주주들에게 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 한 것인데 더 열심히 벌고 더 많이 성장하는 것만이 보답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스트소프트는 낮은 부채비율(64%, 2008년 기준)과 높은 영업이익률(44%) 등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졌으며 게임과 소프트웨어 부문이 상호 보완을 하면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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