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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연체..폐업..덫에 빠진 자영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9 22:28

수정 2009.03.09 22:28



최근 세탁소·슈퍼마켓·음식점 등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사채시장을 이용한 뒤 연체의 덫에 빠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 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인한 금융권의 대출 연체 규모도 덩달아 커져 자영업발 실물 및 금융위기의 연쇄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 사채 이용 크게 늘어

9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에서 중소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함에도 불구,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신용 10등급 또는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들은 소규모 창업을 위해 시중 금리보다 열 배나 비싼 사채 시장에 내몰리며 파탄에 이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 시장에서 순대국밥집을 하는 이모씨(47·여)는 가게 권리금과 자녀 학자금으로 은행에서 3000만원을 빌린 뒤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썼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월 200만원의 점포임대료와 이자를 내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두 달치 이자 몫으로 400만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안양에서 세탁소를 하는 손모씨(52)도 신용카드로 생긴 빚 1000만원 때문에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세탁소 운영자금으로 300만원이 필요했지만 은행에서 거절당하자 사채시장을 이용했다. 손씨는 사채 300만원을 값지 못해 밤마다 시달리다 결국 지난달 말 세탁소 문을 닫았다.

특히 이자율 계산이 복잡한 틈을 이용해 자영업자를 상대로 일수(매일 원리금 분할상환방식)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대부업체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수업체는 거의 100% 이자율 위반인 경우가 많다”며 “주로 자영업자를 상대로 하는 일수대출은 전체 1만6000여개 대부업체 중 몇 업체가 취급하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를 갚지 못하고 결국 가게문을 닫는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점이다.

과도한 사채빚으로 인해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문을 닫고 노점상이나 일용근로자로 전락해 결국 사채를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등록이 필요 없는 노점상의 경우 80% 이상이 신용불량자란 말도 있다”며 “최근 두 달 사이 자영업자 수가 42만명이 줄고 자영업자 600만명이 무너진 이유도 신용불량자의 폐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의 영세 자영업자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영업발 신용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발길 급증

이에 따라 최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급증하면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발길도 늘어났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건수는 지난달 4만6424명으로 전달(4만1617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자체 대출 프로그램인 소액금융지원 수혜자도 지난달 1310명으로 전달(662명)의 2배를 웃돌았다. 신복위 관계자는 “대다수 개인 급전이나 병원비, 자영업자의 시설개선자금 및 운용자금 등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며 빚을 제때에 못 갚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원리금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 등 신용회복 프로그램 신청자가 급증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용회복 지원을 신청한 금융채무 불이행자(3개월 이상 연체자)는 지난 1∼2월 1만4702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8.1%나 증가했다.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지원센터에도 하루평균 150∼200명이 찾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금융 상환능력에 제동이 걸린 가계나 중소기업의 금융권의 대출 연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은행과 보험은 올 1월 말, 카드사 및 저축은행·상호금융회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한 금융권의 전체 대출 규모는 1263조5000억원으로 이 중 연체금액은 33조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연체 규모가 5조9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으로 저축은행 연체금액은 6조9300억원(연체율 14.70%)에서 8조5500억원(15.60%)으로,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회사는 5조8400억원에서 6조4200억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보험사는 2조8000억원에서 3조1400억원으로, 카드사는 1조800억원에서 1조16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추세다.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면 상반기 안에 대출연체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자영업 대란 우려…금융소외자 대책 필요

정부가 최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무점포 창업자나 금융소외자에 300만∼500만원을 지원하는 저신용 미등급 사업자 특례보증 등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같은 ‘자영업 대란’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특히 특례보증은 은행 대출대상이 아니던 8∼10등급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신용불량자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지역신보를 통한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외 특례보증을 영업의지가 있는 신용불량자들까지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무점포 창업자나 금융소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역별로 500만원, 1000만원까지 보증하지만 무점포 창업, 이른바 노점을 증명해야 하는 문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밖에 신용불량자가 부채를 전부 상환할 경우 6개월 동안 금융거래가 금지되는 것을 즉시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상공인도우미협회 박공순 회장은 “열심히 살려고 애썼지만 안되는 사람들만이라도 적은 돈이라도 지원해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자영업 대란’을 막을 수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은 금융이 아닌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옳다”고 말했다.

/toadk@fnnews.com 김주형 양재혁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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