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원 시간외수당으로 ‘배불리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3 09:28

수정 2009.03.24 09:28



‘포인트 퇴직금제’나 ‘시간외 근무수당’등 드러나지 않은 은행원의 부수입이 상당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은행은 시간외 근무수당 제도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 은행들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가운데 부수입 실태가 밝혀졌으며 앞으로 영업시간이 30분 앞당겨질 경우 시간외 수당은 더 늘어나 은행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실질적 임금을 낮춰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의 ‘잡셰어링’도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모 은행의 경우 임원에 대한 급여가 본봉 외에도 성과급형 퇴직금제도인 포인트퇴직금제도 등을 같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은행들은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스톡옵션)을 본봉과 같이 주고 있으나 이 은행은 임원 보수에 포인트로 퇴직금을 적립해 현금으로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 지분 은행들은 스톡옵션제도 자체도 없는 상태다.

또 일부 은행원은 업무를 끝내고도 할당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을 느긋하게 하며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시중은행 차장은 “일부 은행원이 ‘아르바이트 하는 셈치고 천천히 일해야 시간외 수당까지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퇴근 전까지 끝낼 수 있는 일도 시간외 수당을 받기 위해 질질 끌어 오후 10시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 데는 대다수 은행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각 영업점 및 부서별 시간 할당제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보통 각 은행원에게 월 8∼20시간을 할당하지만 실제로 할당은 개인이 아닌 개인이 속한 부서·팀·지점별로 주어진 후 각 개인에게 배분되는 식이다.

예컨대 은행 내 모 부서에 월 50시간의 시간외 근무수당 한도가 정해져 있으면 소속된 은행원들이 모두 50시간을 채워서 돈을 받는 식이다. 특히 수당 받을 일이 적법한지 여부를 가리는 ‘사전승인심사제도’도 무용지물로 전락하면서 은행권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서별로 일이 없어도 추가근무를 해 한도를 소진하는 경우가 있다”며 “모 은행의 경우 사전승인심사와는 상관없이 부서별로 시간외 근무수당 할당시간을 많이 따오는 임원이 직원들로부터 인정받는 문화가 있다”고 토로했다.

보통 과장 5∼6호봉의 임금이 차장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과장급은 시간외 수당으로 월 20만∼30만원, 차장급은 30만∼40만원 선을 받는다. 또 시간외 근무가 많은 공항지점, 콜센터, 어음교환실 등 특수직은 최대 월 10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부지점장급 이하 직원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고 있고 월 12시간까지 인정해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시간외수당 비용에 대해 상대비교한 결과 국민은행이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순이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시간외 수당 인정 시간이 오는 4월부터 본점 8시간, 지점 20시간이 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은 감사원, 예보, 금감원 등 감시장치가 많아 시간외 수당이 월 12시간에 불과하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우리은행에 비해 팀장급까지 시간외 수당을 받고 있긴 하지만 월 8∼10시간으로 가장 적다.


시간외 수당의 할당제가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 소진’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을 인지한 하나은행은 할당제를 폐지하고 개인별로 법정 기준에 따라 운용하고 있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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