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美의 민관합동 ‘1조弗 부실’정리계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4 16:55

수정 2009.03.24 16:55



미국이 23일(현지시각) 은행 부실자산 정리계획을 발표했다. 공공 및 민간투자프로그램(PPIP)를 출범시켜 여기에 정부가 750억∼1000억달러를 출연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해 최소 5000억달러, 최대 1조달러어치의 부실자산을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은행의 부실자산은 경쟁 입찰을 통해 사들인다. PPIP에는 개인투자가, 연기금, 보험사, 헤지펀드 등이 참여하며 운영은 자산운용사가 맡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감독을 받게 된다.

이번 정리계획은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민간과 협력해 매입하겠다는 원칙만 내놓았던 지난 달 발표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특히 민간 투자자가 주도적으로 부실자산 해결에 나서도록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금융위기 발생 후 악성 대출이 속출하는 등 은행권의 부실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조달러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미국 정부가 은행권에 아무리 지원을 해도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이 심해지는 것도 자산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은행권의 염려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납세자 돈으로 구제금융을 계속 제공하기에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PPIC는 이런 난제 해결에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은행의 부실자산을 말끔히 청소하면서도 납세자의 돈도 절약하며 경제 회복도 앞당길 수 있으니 정부나 납세자 모두에게 좋은 ‘윈윈 프로그램’인 셈이다. 다우지수가 6.84%나 급등하고 전세계 증시도 동반 상승하며 일단 합격점을 준 것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이 평가에 불만을 품고 부실자산을 팔지 않을 수도 있다. 다수의 민간 투자자들이 나설 지는 미지수다.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쓰레기에 돈을 퍼붓는 방식”이라고 혹평했다.
그렇더라도 재무부의 발표는 은행이 부실자산, 부실여신을 떨어내고 ‘깨끗한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 금융시장 안정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경제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부실자산을 팔고 민간 투자자도 적극 참여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후속 대책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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