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비경제활동인구 1620만명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9 18:58

수정 2009.03.29 18:58



비경제활동인구가 2월 1623만명으로 사상최다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주부, 연로자,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그냥 쉼 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보면 실업률이 급등해야 맞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면 실업률 통계 자체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통계상 실업자는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고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했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니 백수와 같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면 되레 실업률이 낮아지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월 실업률은 3.3%로 회원국 중 네덜란드(2.8%)만 빼면 가장 낮으며 회원국 평균(6.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공식 실업률만 보면 한국의 고용 사정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편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지난 2월 신규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4만명이나 줄었다. 신규 창출은커녕 있던 일자리마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현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신규 취업자 수 100만명 감소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통계 착시 아래서는 실업률이 이 같은 취업자 감소 폭을 현실감 있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자리를 올해 국정의 최대 과제로 삼아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29조원 추경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큰 몫을 할당했다. 이 같은 대책이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두려면 실업률 통계의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루 1∼2시간밖에 일하지 않는 아르바이트생도 통계에는 엄연히 취업자로 분류된다. 단기 공공근로도 마찬가지다. 이런 불완전한 일자리 창출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질좋은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더불어 기존의 실업률 통계도 좀 더 현실적인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력서를 수십, 수백장 썼지만 결국 구직을 단념할 수밖에 없게 된 청년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해 실업률 통계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통계를 위한 통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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