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돼지장기 인간이식 앞당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2 09:40

수정 2009.04.23 09:40



국내 연구진이 면역체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등 ‘이종(異種) 장기이식’을 실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바이오신약장기사업단(단장 임교빈 수원대 교수)은 22일 초급성 거부반응 유발 유전자를 제거한 체세포를 이용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 1마리가 지난 3일 태어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면역거부반응 인자가 없는 미니돼지 탄생은 2002년 미국에 이어 2번째다.

이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고 이경광)과 국립축산과학원(박수봉), 단국대(심호섭), 건국대(김진회), 전남대(강만종)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현재 장기가 손상돼 치료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장기 이식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장기 공여자가 부족하고 공여자와 수용자의 유전적, 면역학적 불일치에 따른 거부반응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과 체중이 비슷한 미니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해 왔다.

하지만 돼지의 장기 표면에는 사람에겐 없는 ‘알파 1,3 갈락토스(α 1,3-galactose:알파갈)’라는 항원 단백질이 있어 이식 후 초급성 면역 거부반응으로 장기가 쉽게 괴사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무균 미니돼지의 체세포(간엽줄기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알파갈 전이효소의 유전자 두 개 중 하나를 제거하고 이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돼지 난자에 주입해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 돼지에 이식했다.

여기서 태어난 미니돼지의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난자에 주입된 체세포처럼 알파갈 전이효소 유전자 하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미니돼지에는 ‘지노(Xeno)’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임교빈 교수는 “앞으로 암컷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만들어 이번에 태어난 수컷과 교배하면 알파갈 전이효소 유전자 2개가 모두 파괴돼 알파갈이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니돼지 장기 이식에는 초급성 면역 거부반응 외에도 돼지 고유의 바이러스나 특이물질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 등 해결 과제가 많아 이종(異種) 장기이식 상용화는 오는 2017년께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 연구는 국내에서 이종 장기 이식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에는 인간 락토페린 생산 젖소 ‘보람이’ 탄생 등으로 동물생명공학 발전에 기여한 생명연 이경광 박사(58)가 면역 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체세포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성공 한 달을 앞두고 3월 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 ‘지노(X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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