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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 소설에 거는 마법 ‘노블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30 17:18

수정 2009.04.30 17:18



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활용되기에 매우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공연으로 구현되는 예술 장르라 그만의 독특한 무대 문법에 따라 주제를 형상화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원작을 가져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데 비교적 용이하다는 의미다.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의 매력도 마찬가지다. 영상 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가 무대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잘 알지만 다시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만들어 낸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별난 경험은 이런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뮤지컬의 원 소스가 반드시 영상물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러 형태의 다양하고 폭넓은 콘텐츠들이 무대화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흥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2009년 우리 뮤지컬 시장의 주요한 원 소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영상물이 아닌 활자매체의 생산물이다. 바로 ‘소설’이 뮤지컬계로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무비컬처럼, ‘노블컬’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물론 소설의 영어인 노블(Novel)과 뮤지컬을 합성한 말이다. 하지만 사실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은 그리 새로운 존재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소설은 뮤지컬 창작의 ‘조상’ 노릇을 해왔다. 당연히 세계 공연가에서 이런 작품들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예를 들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모두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원작은 프랑스 추리작가인 가스통 를루의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러브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계에서는 그야말로 ‘단골’ 소재로 쓰인다. 원작을 그대로 무대화한 경우도 많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이야기를 아예 현대로 옮겨와 재구성하는 사례도 있다. 창작 뮤지컬로는 ‘명성황후’도 손꼽을 만하다. 이문열의 원작 소설인 ‘여우사냥’이 뿌리 역할을 했다.

같은 소설이 각각 스크린과 무대로 옮겨지며 다른 가지치기로 진화한 경우도 있는데 ‘내 마음의 풍금’이 그런 사례다. 영화나 뮤지컬 모두 원래는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를 근간으로 재구성한 문화적 파생상품들이다.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나기’도 소설에서처럼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장면이 시원스런 무대 연출로 담겨져 감탄을 자아내는 흥행 노블컬이다.

소설이 뮤지컬 소재로 널리 활용되는 데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활자로 된 문자의 세계가 무대라는 시공간에서 노래와 연기, 춤이라는 형식을 빌려 구체적인 형상과 이미지로 구현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로 존재했던 세계가 무대 위에서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은 보통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소설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완성도에 따라 뮤지컬을 ‘마법’처럼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창작 ‘노블컬’들에게서도 기대하게 되는 덕목임에는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다.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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