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고개숙인 골프장’ M&A 늘어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4 18:21

수정 2009.05.14 18:21



골프장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 여파에 고개를 떨군 골프장이 속속 M&A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골프장 M&A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4일 골프장 M&A 및 개발, 운영 전문업체인 KS레저개발에 따르면 올 들어 골프장 4곳이 주인이 바뀌었고 매각을 희망하는 곳도 20여곳에 달한다.

■골프장 M&A 4곳

KS레저개발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연우에서 운영했던 경북 성주의 헤븐랜드CC(18홀)가 롯데그룹에 인수된 데 이어 대구지역 건설사인 태왕아너스가 운영했던 경북 청도의 그레이스CC(27홀)도 서라벌에 매각됐다. 보광그룹에서 건설한 퍼블릭골프장인 경기 이천의 더반GC(9홀)는 명문투자개발에 팔렸고 세광종합건설에서 운영했던 제주의 라헨느리조트(18홀)는 골프코스 전문업체인 미라지개발로 주인이 바뀌었다.


■매각 희망 20여곳

매각 소문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광주 뉴서울CC, 경기도 용인 88CC, 제주 중문CC 등 공기업이 운영 중인 골프장을 비롯해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등지 지방 골프장 등 20여곳이 자금 문제로 골프장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헐값에 내놓은 곳도 있다.

제주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제주도 골프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제살깎기식 경쟁과 항공편 문제 등으로 내장객 확보에 어려움이 생겼고 경영난을 겪는 골프장이 많아졌다”며 “올해만 5∼6곳의 골프장이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불황과 끊긴 PF가 주요인

골프장 M&A가 올 들어 크게 늘어난 주된 이유는 경기불황과 함께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지난해부터 끊겼기 때문. 종전에는 50억원 정도의 현금만 있으면 토지 매입계약과 인·허가를 해결하고 금융권으로부터 PF 자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 뒤 회원권 분양을 통해 이를 되갚는 형태로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PF가 끊기면서 공사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골프장 건설을 원하는 업체에서 골프장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골프장을 M&A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 경기불황에 허덕이다 매각하려는 골프장 업체와 PF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업체 간에 사정이 ‘앙상블’을 이루며 M&A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몇년 전 PF 자금을 받아 골프장을 짓고 운영을 시작했더라도 최근 골프 회원권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되갚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경영권을 넘기려는 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골프장 M&A 내년까지 지속

골프장 M&A는 내년까지 지속되리란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전망.

KS레저개발의 김기세 대표는 “국내 골프장 업계 사정상 M&A가 물밑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하반기에도 많은 골프장의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2002년에는 업체의 자금난으로 11개 골프장이 매각된 적이 있지만 올해는 경기불황과 PF가 끊긴 데다 골프 회원권 시장이 침체되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에 그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asygolf@fnnews.com 이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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