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다시 뛰는 건설사,새로 쓰는 건설역사] ① GS건설/‘목포대교’ 현장을 가다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7 08:36

수정 2009.05.17 18:40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공사업을 조기 발주하고 건설·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한국판 뉴딜’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건설시장을 살려 전반적인 경기 회복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건설사들이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국내외 주요 건설현장을 탐방해 건설사들엔 자긍심을 높이고 국민에게는 정부 정책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시 뛰는 건설사, 새로 쓰는 건설역사’를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기술자 입장에서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게 최고입니다. 겨울엔 무지 추웠는데 지금은 시원해 일하기 딱 좋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전남 목포시 죽교동∼고하도 사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주탑의 45m 지점에서 만난 GS건설 채경수 과장은 “목포대교는 바다 위 53m 지점에서 놓인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공사여서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바다 위로 167.5m 높이까지 치솟게 될 이 다이아몬드형의 콘크리트 주탑은 현재 70m 높이까지 솟아 있었다.
바다 위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선 20여명의 근로자가 사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주탑은 바닷속으로만 30m 이상 내려가 하부구조만 3000t 규모의 특수 콘크리트 덩어리로 암반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고 상층부는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그 자체로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주탑 내부엔 엘리베이터가 한창 설치되고 있다.

목포대교는 이 같은 대형 주탑이 바다 위 500m 간격으로 떨어져 각각 설치되고 그 위에 상판이 얹혀지는 ‘사장교’로 건설 중이다. 주탑 꼭대기로부터 왕복 4차로 다리 양쪽 외곽과 중앙선으로 120개의 케이블이 길게 연결돼 교량을 더욱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학의 날개 형상의 아름다운 외관을 뽐내게 될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은 설명이다.

케이블이 다리 양측뿐 아니라 중앙선으로까지 연결되는 세 방향 케이블 연결공법(3-Way Cable)이 적용된다. 이런 방식의 다리건설은 국내에서 최초,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시도되는 것으로 외관이 수려하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는 500m로 국내에선 인천대교 다음으로 길다. 향후 다리 밑으로 대형 어선은 물론 구축함, 경비정, 이지스함까지 지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GS건설 채한수 목표대교 현장소장은 “국내 최초의 ‘3웨이 케이블 공법’과 인천대교 다음으로 긴 주경간 거리 등으로 목포대교는 그 자체만으로 이 지역의 최고 관광 명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3웨이 케이블 공법

목표대교는 사장교 부분 900m, 접속교 구간 2150m를 합해 총 4129m 길이로 이어진다. 총 공사비는 3060억원 규모로 올해만 700억원이 투입된다. 42% 지분을 가진 GS건설이 주시공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건설, 남진건설, 한양, 남영건설 등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다리가 지어지면 고하도에 짓고 있는 목포 신외항에서 목포시와 서해안 고속도로로 바로 연결돼 광양만권과 중부내륙 간 물류축이 형성된다. 무안국제공항과 전남 영암의 삼호산업단지, 목포 대불공단 등과 목포시가 바로 연결돼 낙후된 이 지역 의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목포역에서부터 확인된다. 목포 역전의 대형 관광안내도엔 2012년이나 돼야 준공되는 이 다리를 벌써부터 커다랗게 표시해 놨다. 역에서 다리 공사현장까지는 10분도 안걸렸다. 향후 다리가 완공되면 목포 신외항에서 목포 시내까지 승용차로 1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다.

GS건설 장우익 공무팀장은 “목포대교는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공사 중 가장 사업 규모가 크다”면서 “목포시를 새롭게 변화시킬 상징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률 40%,2012년 개통 예정

목표대교는 현재 40%의 공정률을 기록하며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공정률을 58%로 끌어 올려 상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81% 공사를 마치고 계획대로라면 2011년 말 임시개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현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변수는 많다. 가장 큰 변수는 자연 환경의 변화다. 변화무쌍한 바다 위에서 진행하는 작업이니 만큼 바람, 폭풍, 안개, 파도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폭풍이 불면 며칠간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군 등 유관부서의 협조도 필요하다. 사장교 부분의 작업을 할 때는 구축함, 경비함 등 배가 다니는 시간을 피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공사 여건에도 공기를 맞추려면 야간작업, 주말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한수 소장은 “바다 위의 토목공사는 보이지 않는 환경과 예상치 못한 무수한 변수와 싸우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면서 “여러 환경 변화를 고려해 공사를 진행하려면 경험과 기술력이 없으면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난공사에도 ‘무재해’ 자랑

GS건설은 변화가 심한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노하우로 PCM(Pre-coonstruction Meeting) 활동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PCM은 공정마다 발생하는 모든 기술적 요인, 변수, 예상 문제점 등을 2∼6개월 전부터 검토에 들어간 후 공사를 진행하는 일종의 도상훈련 시스템이다. 현장사무실에는 공정별로 검토했던 수백장의 PCM 자료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채한수 소장은 “건설사 가운데 이처럼 철저히 사전에 공사 과정을 세밀히 검토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자랑했다.

이 때문에 이 현장에서 2004년 말부터 아직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현장은 안전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띄었다. 바다 위 작업 현장으로 나가기 전 전체 근로자 180여명이 모여 아침 체조를 하는 바닷가 안전조회장 정면에는 ‘협력회사와 함께 하는 안전’이란 글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현장사무소 벽 중앙에 걸려 있는 ‘안전관리방침’과 똑같은 문구다.

전체 공정에 투입되고 있는 180여명의 근로자 중 40%를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에도 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안전조회장 등 공사 현장 곳곳에서는 ‘발파’ ‘멈춰’ 등 안전수칙과 관련된 기본적인 단어들이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의 4개 국어로 표기돼 있었다.

채 소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삼겹살 데이’를 정해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사진설명=GS건설이 시공 중인 목포대교는 바다위 높이 53m 지점에서 변화무쌍한 기후와 싸워야 하는 난공사지만 사전 도상훈련 시스템을 도입해 고품질 시공과 무재해를 실현하고 있다.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목포대교 주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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