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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경제위기시의 경쟁정책 방향/서동원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4 18:16

수정 2015.05.17 20:40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초래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해 선진국 경제가 올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여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온 수출이 작년과 비교할 때 계속 감소하고 있고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한 설비투자 또한 올 1·4분기에 지난해보다 22%나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서민과 중소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기업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식음료, 교육, 문화콘텐츠, 물류·운송 그리고 정보기술(IT)·제약 등 지적재산권 관련 업종 등을 5대 중점감시 업종으로 선정해 시장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 거래관행 확산을 위해 최근 도입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조속히 정착되도록 하는 한편 ‘하도급계약 추정제도’를 새로이 도입해 하도급 거래에 만연된 구두발주 관행을 근절하고 서면계약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 사전규제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던 출총제를 이미 폐지한 바 있다.

앞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 제한을 폐지하고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을 완화해 기업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현재의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미래의 다양한 여건 하에서 동태적으로 전개될 시장상황 및 글로벌 경쟁상황을 보다 심층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을 촉진시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세계 각국은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카르텔에 대해 미국은 1조4000억원의 벌금을, 유럽연합(EU)은 4조2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지난 5월 14일 EU는 인텔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무려 1조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우리 기업들 역시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국제항공 등의 분야에서 카르텔 행위로 미국, EU 등의 경쟁당국으로부터 1조8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공정위는 우리 기업들이 외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미국, EU 등의 경쟁법 집행사례 분석을 토대로 국내기업의 구체적인 행동규칙을 마련하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예방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다국적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를 철저히 제재하고 특히 세계적 경제위기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국제카르텔의 차단에도 역량을 집중해 국내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정위는 지난해 인텔의 독점력 남용에 대해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최근에는 복사용지 및 해상 송유호스 제조업체들의 국제카르텔 행위를 적발해 45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경쟁정책의 최종 목표는 소비자 후생 증대라 할 것이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의 소비자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로서 소비자가 시장에서 주권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구매선택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상품의 가격·품질과 같은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또 금전보상·환불 등과 같은 실질적 구제방안을 사업자에 대한 시정방안에 포함시키거나 50인 이상 다수 피해 사건의 경우에는 공정위가 직접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하여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구제가 신속·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 하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경쟁법 집행도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경제위기 극복의 지름길이자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이런 원칙 하에 경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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