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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와 모유가 같다?..남양 ‘모유대체식 인증’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31 18:21

수정 2009.05.31 18:21



분유가 모유대체식이 될 수 있을까.

남양유업이 대한산부인과학회로부터 유아식인 아이엠마더를 모유대체식으로 인증받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분유의 모유대체식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유수유운동 관련 시민단체는 분유가 어떻게 모유를 대체할 수 있느냐며 이는 세계적인 모유 수유운동에 정면으로 역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인증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분유 수유가 불가피한 경우를 위해 영유아에게 적합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분유에 대해 인증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모유대체식 인증 적정성 논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달 18일 남양유업의 유아식 아이엠마더를 모유대체식으로 공식 인증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유대체식으로 공식 인증받았다’는 내용의 홍보문구를 매장에 게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시민모임 내 한국모유수유넷을 비롯한 모유수유운동 관련 시민단체는 분유가 어떻게 모유를 대체할 수 있느냐며 이 같은 남양유업의 행태에 대해 소비자의 세심한 주의와 당국의 지도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아무리 좋은 분유라도 모유에 비해 아기에게 전해지는 면역성분이 크게 떨어지고 소화흡수부분 역시 효과가 크게 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엄마 사랑 등 보이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면 모유대체분유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시모 우혜경 대외협력팀장은 “법적으로 조제 분유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유=모유대체식’의 인증은 소비자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인증 적정성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쳐 남양유업과 산부인과학회는 물론 정부 당국에도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진헌희씨라고 밝힌 소비자는 소시모 사이트에 “분유를 먹이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산부인과협회에서 인증받았다는 내용만 보고 분유를 바꾸려 했던 제가 부끄러웠다”며 “어쩔 수 없이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고 있어 속상한 엄마 마음인데 이를 이용해 분유를 권장하는 듯한 남양유업의 행태에 정말 화가 난다”는 글을 남겼다.

대한소아과학회 모유수유분과 신손문 교수는 “엄마의 건강문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분유을 먹일 수 있겠지만 분유가 모유대체식으로 인증되는 것은 지극히 상업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사무총장(서울대 산부인과 교수)은 “이번 인증은 건강상의 이유나 직장문제 등으로 모유 수유가 어려워 분유 수유가 불가피한 경우를 위해 영유아에게 적합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분유에 대해 인증한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정책 비웃는 남양유업 상혼

남양유업이 대한산부인과학회로부터 받은 모유대체식과 같은 민간단체의 인증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22일 민간단체나 협회의 인증과 보증을 표시한 광고를 과대광고로 규정하고 이를 오는 8월부터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입안 예고했다. 민간단체 인증은 정해진 기준이나 절차가 없어서 제품이 광고하는 효능을 검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간단체의 인증이 특정업체가 특정단체를 금전적, 물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이해관계에 의한 거래로 변질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한몫을 했다.

남양유업과 산부인과학회는 인증에 앞서 출산장려캠페인 등과 함께 학회 운영비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사무총장은 운영비 지원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 분유업계와 차음료 등 식음료업계 관계자를 불러 이 같은 입안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5일 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인증을 발표했으며 이후 대형마트에서 6개월 미만까지 먹이는 조제 분유(1·2단계)의 진열대에 ‘모유대체식 공식인증’ 홍보문구를 내걸고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단체의 인증에 대한 광고를 금지키로 하는 법안을 설명한 지 5일 만에 인증을 발표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정부를 우습게 보는 행위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6개월 이하 아기들이 먹는 ‘조제 분유(Infant Formula)’에 대해 광고 금지를 권유하고 있다.
6개월 이후 아기들이 섭취하는 ‘성장기 조제 분유(Follow-on Formula)’는 국가별로 판단토록 하고 있다.

대학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사무총장은 “현행법에서 정한 ‘조제 분유’에 대해 광고 금지 규정과 식약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회나 협회 인증을 표시한 광고를 과대광고로 규정하는 관련 입법안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으나 분유 수유가 불가피한 경우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사진설명=남양유업이 대형 할인점에서 조제분유 '아이엠마더'(2단계)에 '국내처음 대한산부인과학회 공식인증 모유 대용식품' 홍보 스티커를 붙이고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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