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 신흥국들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달러화 가치 하락 등에 대비해 ‘달러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4개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총 2조8000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알렉세이 울리유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수석부총재는 10일(현지시간)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현재 30%를 차지하는 미 재무부 채권을 축소하겠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현금화해 IMF 채권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이날 “브라질 중앙은행이 IMF 채권 매입을 위해 어떤 자산을 매각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미 국채 매각에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인도 역시 미 국채를 팔아 IMF 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과 러시아가 각각 200억달러 규모의 IMF 채권매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주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최대 500억달러어치의 IMF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브릭스 국가들이 미 국채를 매각하는 등 달러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분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위상 변화에 대비한 중장기적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움직임은 이미 올해 들어 가시화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절상률은 전년 말 대비 올 1월 말 -8.6%, 2월 말 -17.9%, 3월 말 -9.0%, 4월 말 -1.8%, 5월 말 0.4%, 6월 10일 현재 1.0%다. 원화가치가 2월 말에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점차 회복돼 5월, 6월 들어서는 오히려 전년 말 대비 상승했다는 의미다.
달러화에 대비한 주요국 통화가치 상승 추세는 원화뿐만 아니라 주요국 통화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달러화 대비 태국 바트화 절상률은 올 2월 -2.7%였지만 9일 현재 1.5%를 기록해 바트화 가치가 상승했고 뉴질랜드 달러화의 절상률도 2월 말 -11.9%, 9일 7.7%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각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기축통화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온 달러화 위상이 이처럼 변하면서 세계 각국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해 나가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 중이다.
달러화 흔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소규모 개방경제로 수출입 비중이 높고 자본자유화로 자본 유출이 많은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중국과 무역거래 때 달러가 아닌 원화, 엔화, 위안화로 직접결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거래 때는 원화를 결제통화로 활용하는 원화 국제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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