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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허리휘고 어음사기에 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1 22:27

수정 2009.06.21 22:27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업마다 어음사기 경계령이 떨어졌다.

어음 위·변조 사건이 연초부터 속출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차질은 물론 금융권의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중대한 화이트칼라 경제 사기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상장사만 국한시켜 공식적으로 총 24건의 어음 위·변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의 금액만도 300억원에 가까운 279억9156만원에 달한다.

■어음사기 경기침체로 기승

문제는 어음사기 사건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3월(11건)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어음 위·변조 사건이 다시 늘어날 조짐이다.

6월 들어 보름 동안 공시된 어음 위·변조 발생건수만 무려 4건에 달한다. 국내 경기가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상장사의 어음관련 사기 사건만 증가한 셈이다.

한 기업체에 어음 위·변조 사건이 집중적으로 여러 번 발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4일 어음 위·변조 발생 공시가 의무화된 후 3회 이상 이를 밝힌 상장사는 굿이엠지와 중앙바이오텍, 시장에서 퇴출된 미디어코프 등 3곳.

이 중 굿이엠지는 지난 5월 28일 첫 공시 후 6월에만 두 번 ‘어음 위·변조 발생’을 알렸다. 중앙바이오텍도 3·4·5월 각각 1회씩 이를 공시했다. 미디어코프는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3번 발행어음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스타맥스는 3월에만 무려 4회에 걸쳐 어음 위·변조 사건 발생 사실을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지엔텍홀딩스 및 오페스 등이 2회 어음관련 사건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상장폐지된 유리이에스 및 세신, 매일상선 등도 올해 들어 발행한 어음에 문제 소지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기업 ‘부도 회피용’ 우려도

일각에서는 소수의 상장사가 ‘부도 회피용’으로 어음 위·변조 사건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월 28일 유가시장 공시 규정에 ‘어음 위·변조 발생’을 의무사항으로 추가한 이유도 피해를 볼 상장사와 주주 보호의 목적도 있지만 어음 위·변조를 악용하려는 일부 악덕기업의 행태를 막기 위한 점도 작용했다.


한국거래소는 회사의 재무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행어음의 위·변조 사고 신고에 대한 공시의무 신설(제7조제1항제2호가목⑼)한 바 있다. 이는 어음관련 사고 신고가 법원의 최종 판단 시까지 추가적인 자금부담 없이 부실기업의 부도연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상장사가 부도 회피를 목적으로 어음을 위·변조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제보가 늘고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권유에 따라 이를 의무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했다”며 “어음을 지급해야 하는 기업이 어음이 위·변조됐다고 신고하면 조사기간에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용, 부도를 회피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이의 공시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안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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