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대학 포커스] 한국외대를 만나다..영어 삼매경에 빠진 공대·자연대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02 17:53

수정 2009.07.02 17:53

▲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를 모토로 내걸고 공과대학생 및 자연과학대학생을 글로벌시대 리더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인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 앞 학생들의 표정이 해맑다.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은 국내 대학 중 ‘국제화’ 부문에서 큰 두각을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모토 아래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 결과다.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모두 ‘글로벌 시대에 세계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국제적 협력 능력은 필수’라는 것이다.

한국외대는 재학생들이 대학생활 동안 여러 외국어와 다양한 지역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대부분 학과에서 외국인 전임교수를 초빙, 영어강의를 확대해 교내에서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을 마련, 영어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데다 지난 2006년부터는 신입생 상위 10%를 대상으로 재학 중 한 학기를 외국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7+1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학교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외국어 능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외대 어느 학과, 학부를 졸업해도 외국어 능력은 필수”라는 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공과대학은 ‘글로벌 IT 인재’ 육성을 목표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를 선도하는 정보기술(IT) 관련 분야로 특화했다.

컴퓨터 및 정보통신공학부, 전자정보공학부, 산업경영공학부 등 3개 학부로 구성돼 수요 지향형 교과과정, 실험·실습 위주, 인턴·멘토를 통한 현장 학습, 외국어 교육을 통한 국제적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다른 대학의 공과대와 차별화해 외국인 교수에 의한 실용영어 수업, 공학영어, 외국인 교수의 전공 수업 등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7+1 제도를 통해 8학기 재학 중 한 학기를 외국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어 인증제를 도입, 졸업 때까지 일정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수학정보통계학부, 전자물리학부, 환경생명화학부 3개 학부로 이뤄진 자연과학대학은 바이오산업용 단백질 연구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용 단백질 신소재 개발 및 고기능성 단백질의 상품화와 경기 용인 소재 중소기업 및 바이오 벤처기업과 기술혁신을 위해 용인캠퍼스에 위치하고 있다. 관련 기업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바이오산업용 단백질 분야에서 산학 협동의 지역 중심센터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07년 7월에는 지방정부(경기도·용인시)와 14개 기업체 지원을 받아 경기도 지정 지역협력연구센터(GRRC)로 지정돼 산·관·학의 협력체계를 갖추는 등 바이오산업용 단백질을 연구하는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학 관계자는 “교수진의 다수 국제 저널 논문 출판, 국제 학술회의 발표, 연구과제 수주 등 지속적으로 우수한 학문적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졸업생 초청 취업 설명회, 기초 학력 미달자 튜터링 제도, 학제간 연계 학술 활동 등을 통해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 김희철 한국외대 공과대학장

김희철 한국외대 공과대학장(컴퓨터공학전공 교수)은 “학생들이 엔지니어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최근 공과대학의 인기가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근원은 혁신적 신기술로, 이런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공과대”라고 밝혔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새 기술을 개발하며 세상을 변화, 발전시키는 주체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김 학장은 한국외대 공과대학의 특장점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국제감각을 지닌 ‘글로벌 IT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교수진의 경우 산업체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국제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현장중심 교육, 국제적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중심 교육을 위해 공과대학의 모든 학부 교과과정은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수요 지향형으로 편성돼 있고 많은 교과목이 실험 및 실습 위주로 강의된다는 것이다.

또 인턴·멘토를 통한 현장 학습으로 졸업 후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를 경험토록 하고 글로벌 리더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외국어 능력 제고를 위해 학교가 적극 나서고 있다고 김 학장은 전했다.

김 학장은 “신입생 선발 때 엔지니어로서 자질과 적성, 공학적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능력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공과대에서 인기 학부 중 하나인 컴퓨터공학 전공의 경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외국 전문가와 협력 능력은 필수적이고 취업을 위한 중요한 요건인 만큼 글로벌 감각을 가진 컴퓨터공학의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학생이 대학 생활에서 최대한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외국인 교수 및 영어강의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오늘날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은 전문가적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스로 진화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프로젝트 관리자를 거쳐 최고기술경영자 및 최고경영자(CTO·CEO)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공역량 강화 및 교육품질 개선을 위한 장단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산업체 요구사항을 반영해 소프트웨어 개발 트랙으로 특성화했으며 3·4학년 과정에 산업체 전문가를 초빙, 산업체 수요지향적 과목을 개설했다는 것.

김 학장은 “최근 4년 동안 공과대는 10억원 규모의 재원 지원으로 고급 시스템 소프트웨어 실습실과 공학 설계실 조성, ‘1인 1노트북’ 등 교육 환경을 개선했다”며 “졸업 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임베디드 시스템, 유무선 통신, 반도체·회로 설계, 지능형 로봇,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현형환 한국외대 자연과학대학장

현형환 한국외대 자연과학대학장(생명공학전공 교수)은 "순수과학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학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 학장은 "우리 사회에서 자연과학대 등 순수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상당히 위험하다"며 "과학기술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응용되고 있고 과학기술의 근간인 기초과학을 전공한 과학도를 양성하는 자연과학대학은 비단 과학 발전뿐 아니라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 학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응용과학 분야 외의 각종 기초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현 학장은 "자연과학대는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외대의 장점인 '7+1제도'(재학 중 1학기를 외국 대학에서 수학), 교환학생제도, 복수학위제도 등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지식은 물론 글로벌화된 식견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현 학장은 이어 "우리 대학은 국제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 하기 때문에 전공분야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외국어 소양이 높은 학생을 선호한다"며 "이에 따라 대학입시에서 논술로 선발하는 수시모집, 일반전형 1·2는 영어지문과 수리, 과학 개념 등을 여러 지문에 혼합해 출제하고 정시모집에서는 외국어영역 40%와 수리 가·나형 35%, 탐구 25%를 반영할 정도로 수리와 외국어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 학장은 "자연과학대학 졸업생들은 대학교,국·공립 연구소 또는 산업체 연구소에서 학문 연구와 국가 경쟁력 제고에 노력하고 있고 공기업체, 산업체, 각종 사회·문화 분야에 진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계학 전공의 경우 전공 이론 교육과 실습을 병행해 이론과 실제 자료분석 능력을 겸비하도록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최근 금용 자료 분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과목을 학사 및 석사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고 통과 의례로 치부되는 학부 졸업 논문은 각자 배정된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한 학기 이상 준비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논문 지도를 넘어 학생들의 진로 지도가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진행된다는 것.

현 학장은 "최근 통계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졸업 후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이 가능하다"며 졸업생들은 정부기관,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여론 및 마케팅 조사회사, 신용정보회사,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 등에서 통계조사분석 및 상담,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처리, 보험계리 및 일반사무 등의 업무를 맡고 있고 외국 유학을 통해 보험계리사 자격을 취득, 국내 유명 기업이나 보험개발원에 근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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