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13일 6시 건설간부→사기도박→조폭‘검은 먹이사슬’덜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0 17:55

수정 2009.07.12 15:53


건설업체 간부를 상대로 수십억대 사기도박을 벌인 도박단과 도박단 두목을 협박, 억대 금품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등 ‘검은 먹이사슬’이 잇따라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이두식)는 13일 사기 등의 혐의로 사기도박단 두목 김모씨(39)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 달아난 5명을 기소 중지했다.

검찰은 또 김씨를 위협해 돈을 뜯은 혐의(집단·흉기 등 공갈)로 전주 ‘타워파’ 조직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D건설 자금팀 부장 박모씨에게 최고 3억원까지 배팅하는 방법으로 속칭 ‘바둑이’ 사기도박판을 벌여 모두 4차례에 걸쳐 52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이들은 평소 도박을 좋아하는 박씨를 유인하거나 돈 많은 사업가 행세를 하는 ‘바지’, 돈을 충당해주는 송금 등으로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A와 B는 강남 일대에서 사설 카지노장, 경마장을 돌아다니는 박씨에게 접근해 “돈 많은 사람을 데려올 테니 3명이 함께 사기도박을 벌이자”고 유인한다.

C와 D는 도박판에서 제약회사 사장과 상인시장 회장 행세를 하면서 돈을 따고 E, F, G도 비슷한 ‘바지’를 했다. 김씨는 사기도박 전체 주도자다.


도박판이 짜여지면 A와 B는 도박패와 상관없이 무조건 고액 배팅해 박씨를 기권하게 한 뒤 다음 배팅에서 ‘바지’에게 판돈을 밀어줬다.

A와 B는 자신들과 한패로 알고 있는 박씨가 ‘좋은 패’ 신호를 보내면 ‘더 좋은 패’를 들고 있다며 기권을 유도했다.

박씨가 끝까지 기권하지 않아 판돈을 가져가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바지’들은 돈이 바닥날 경우 A에게 현금카드로 돈을 송금한 것처럼 박씨를 속이고 현장에서 칩을 교부받아 게임을 계속했다. 사기도박단끼리 돈을 돌고 돌리는 것이다.

만약 박씨가 도박판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실제 도박판을 벌이지 않고도 10억원을 잃었다면서 절반의 부담을 요구했으며 화투, 신용카드, 중국식당 할인쿠폰 등을 5000만원짜리 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신모씨(38) 등 3명은 올해 2월 김씨가 사기도박으로 거액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자 박씨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공갈.협박해 4억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가 중학교 선배 김씨와 만나 위치를 알려주면 그의 고향 후배인 또 다른 김모씨(38)가 등장해 “전라도 애들이 잡으러 다니고 곧 쳐들어 올 것”이라며 겁을 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해당 장소에 대기하고 있던 정모씨(38)는 품속에 숨겨놓았던 흉기를 꺼내 보이며 “사기도박으로 따간 돈을 내놔라”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달아난 도박단 검거와 여죄를 추궁하고 있으며 박씨에 대해서도 회사 공금을 횡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추적 중이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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