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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연료전지’ 글로벌 녹색기술로 ‘각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2 18:01

수정 2009.07.12 18:01



#1. 199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병홍 박사팀은 산소 대신 철 이온을 전달자로 사용하는 미생물 ‘슈와넬라’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듬해 ‘무매개체 미생물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에선 수십억∼수백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 실용기술 개발에 나섰다.

#2. 2008년 5월 삼성경제연구소는 ‘활용 영역을 넓혀가는 바이오기술’ 보고서에서 “바이오기술은 미래 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면서 “미생물연료전지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연간 10억원도 안되는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을 뿐이다.


폐수도 처리하고 전기도 만들어내는 ‘미생물연료전지’가 녹색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원천기술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더욱 확대되면 그 경쟁력은 급격히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장인섭 교수는 12일 “화석연료의 고갈이 예상되며 다양한 대체에너지가 연구되고 있다. 그중 자연계에 널려있는 미생물을 이용, 전기를 만들어내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2만4000㎢의 갯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리적 이점도 커 실용화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폐수에서 전기를 만든다

미생물연료전지는 인간이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폐수와 자연수계의 퇴적층 등에 존재하는 유기오염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원리는 기존 연료전지와 비슷하다. 연료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반대로 이용한 장치다. 즉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면 물과 전기가 나오는데 이 전기를 붙잡아 이용하려는 것. 따라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산화시키기 위해 백금을 촉매로 사용한다. 하지만 미생물연료전지는 수소 대신 유기물을, 백금 대신 미생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미생물연료전지는 1911년 영국 과학자 포터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기술을 이용, 우주선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연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이 제한적이고 양극에 사용되는 화합물의 강한 산화력 때문에 장기운전이 곤란하다는 벽에 부딪쳐 연구가 지지부진해졌다.

■한국이 원천기술 확보

한국 과학자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KIST 김병홍 박사팀은 1999년 여러 한계점을 극복한 무매개체 미생물연료전지의 기술을 개발하고 가능성 있는 분야임을 입증했다. 김 박사팀의 ‘금속염 환원 미생물을 이용한 무매개체 미생물 연료전지’ 특허는 이 분야 원천기술에 속한다. 연구진은 이후 미생물연료전지를 바이오센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폐수를 활용한 기술 등을 잇따라 내놨다.

김 박사팀의 연구 결과가 알려지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앞다퉈 미생물연료전지 연구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미생물연료전지는 기존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바다 한가운데나 우주공간 등에서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군사적 목적으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해군연구소와 고등연구계획국 등에서 수백억원을 집중 투입,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원천특허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는 한참 처져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술인 만큼 이제라도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어떤 기술 나올까

미생물연료전지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연구는 두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단위 면적당 미생물의 밀도를 높여주거나 전극의 표면적을 높이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미생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값싸고 효율적인 전극을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특히 GIST 연구진은 염도가 높고 저온인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는 미생물을 최근 분리해냈다. GIST는 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 전극의 표면적을 넓히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미생물연료전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연구로 파생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미생물연료전지를 이용, 수소를 만들고 있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얻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전기를 미생물연료전지에서 공급하려는 것.

GIST 연구진은 미생물연료전지를 이용해 폐수를 처리하면 슬러지를 기존 시설 대비 7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냈다. 폐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골칫거리인 슬러지는 그동안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렸지만 현재 이것이 금지된 상태다.


장 교수는 “하천이나 저수지 등 자연계의 수계가 오염됐을 때 이를 제거하는 ‘부유형 미생물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 밖에도 미생물연료전지는 사람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에서 운전되는 다양한 기계장치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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