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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슈퍼개미들의 귀환’

안상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26 22:10

수정 2009.07.26 22:10



증시가 살아나면서 일명 ‘슈퍼개미’로 불리는 재야 고수들이 속속 증권가나 상장기업으로 ‘컴백’하고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한 지분 매집을 다시 시도하는가 하면 코스닥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도 나왔다. 투자일임업에 재진출하거나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리서치센터를 여는 등 제도권으로의 진입도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이드림의 최대주주가 지난 주말 김홍석 대표이사에서 개인투자자인 조상훈씨로 바뀌었다. 조상훈씨 보유지분은 8.95%로 김홍석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 7.86%보다 1.09%포인트가 더 많다.

지분 매입을 위해 쓴 자금은 모두 10억원가량.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장내 주식 매수를 통해 처음 대량 보유 사실을 공시한 지 1주일 만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아이드림 측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인 조상훈씨는 경영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슈퍼개미 유준원씨는 이달 중순 씨티엘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텍셀네트컴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리피씨엔아이의 대표로 35세인 유씨가 두 회사를 인수하는데 들인 자금은 약 200억원이다. 씨티엘과 텍셀네트컴 모두 정보기술(IT) 업체로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가 소집됐다.

‘비초의 비칙’이라는 투자 입문서까지 출간했던 슈퍼 개미 ‘비초(본명 문덕)’ 역시 지난 17일 비전하이테크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으로는 7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비초는 지난 2004년 대우증권 실전 투자대회 1억원 리그에서 2개월간 수익률 300%로 1위를 차지한 재야 고수다.

유동성이 풀린데다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슈퍼개미들의 횡보가 빨라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일시 조정은 올 수 있겠지만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에 따라 긍정적인 큰 손들이 늘고 있다”며 “투자 시기나 대상을 조율 중이거나 이미 조금씩 투자를 재개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슈퍼개미들의 매기가 몰리다보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코스닥 기업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만 해도 자금 조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매물로 나온 코스닥 기업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격도 뛰었고 매도자가 협상을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선물투자의 귀재 윤강로 KR선물 회장은 2년여간의 공백기를 접고 활동을 재개한다.

고수익을 올리는 슈퍼개미들이 보통 지인들이나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이들의 돈을 굴려주는데 그쳤던데 비해 정식으로 투자일임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번엔 투자 범위도 해외 파생상품으로 넓혔다. KR선물에 따르면 국내외 채권과 외환, 원자재 파생상품에 투자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일임상품을 오는 9월 출시할 계획이며 윤 회장이 이 상품의 수석운용역을 맡는다.

2001년 대학재학 중 펀드를 출범해 가치투자의 지평을 넓혀 온 뒤 아예 투자자문사를 차린 최준철, 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도 최근 들어 보폭을 넓히고 있다.
2명의 재야고수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한국형 가치투자 기법’으로 시장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산을 불려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재야 고수들이 모여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를 출범시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무극선생’으로 유명한 이승조씨가 센터장으로 있으며 재야에서 활동하는 주식전문가 11명이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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