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사건이 벌어지면 한 번쯤 거치게 돼 있는 검찰. 복잡다기한 검찰사회에는 검사들의 희로애락을 내포하고 있는 은어도 많다. 대표적인 은어가 ‘지게꾼’ ‘연방’ ‘귀족’ ‘시골’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검사를 지칭한다.
법무부 검사를 지칭하는 ‘연방검사’. 미국에 각 주별 검사가 있고 연방검사가 있는 것처럼 각 지청·지검에 있는 검사는 ‘주 검사’에, 법무부 근무 검사는 ‘연방검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귀족검사’는 인사 때마다 거의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옮겨다니는 경우로 소위 ‘잘 나가는’ 검사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인 ‘귀족검사’ 출신에 해당한다.
전문가를 의미하는 ‘통’이라는 표현도 검사들끼리 자주 사용한다.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 등이다.
‘지게꾼 검사’는 통상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을 법원에 넘기는 것이 주요 역할인 검사들로 등짐을 져 나르는 지게꾼과 흡사해 만들어진 은어다. 선배검사들이 ‘지게꾼 검사가 아닌 자기 사건을 하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하거나 일부에서는 특수부 등 인지수사 부서 발령이 나지 않은 검사들이 자조 섞어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 인사 때마다 지방을 전전하는 검사들을 ‘시골검사’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2차례 지방 근무 검사는 다음 인사에서 재경지검으로 전보토록 해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강골검사’라는 표현도 있다. 맡은 사건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직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다. 소신과 뚝심이 남달라 통상 강골검사로 평이 나면 선·후배 신망도 함께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심재륜 전 고검장 스타일이 강골검사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술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검사들은 서로를 ‘프로’라고 부른다. 성 뒤에 검사를 넣어 호칭하면 옆 술자리 손님들이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프로’는 검사를 의미하는 프로시큐터(prosecutor)의 앞 두 글자에서 따왔다.
‘펜대’라는 표현도 있다.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를 직접 하지 않는 기획통 검사들을 ‘펜대나 굴리면서…’라고 낮춰 잡아 부르는 말이다.
아직 사건 수임계를 내지 않은 검찰출신 변호사가 의뢰인을 앞에 앉혀 두고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이 사건 맡았다’는 식의 전화를 거는 것을 ‘전화변론’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전화변론을 통해 수임료를 높이는 변호사가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맡기 싫은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표현 역시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사건’ ‘깐 데 또 까는 사건’ ‘손 탄 사건’ ‘깡치사건’ 등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사건’은 신빙성 있는 첩보나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사건으로 통상 언론이 부풀려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경우 검사로서는 사건이 ‘잘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것 등이다. 바닥부터 수사해야 하는 사건이다.
‘깐 데 또 까는 사건’은 이미 한 차례 검찰이 수사를 벌인 사건으로 대개 수사 대상자가 관련 자료를 폐기하거나 관계자들의 말맞춤 등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을 뿐더러 수사성과도 미약할 때가 많다. ‘손 탄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깡치 사건’은 복잡하고 어려워 일 품이 많이 들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은 사건을 뜻한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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