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면서 잘못됨이 너무 많았지만 당신은 늘 너그럽게 용서하며 아껴줬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0일 평생의 동지이자 남편인 김 전 대통령에게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을 담은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이 여사는 이날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엄수된 김 전 대통령 입관식에서 자서전인 ‘동행’과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한 편지, 평소 읽던 성경책, 손수건, 김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사용한 뜨개 담요 등을 관에 넣었다.
이날 오후 1시 10분께 이 여사가 빈소에 도착하자 입관식이 진행됐으며 입관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모두 25명이 참석했다.
이 여사는 입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저 비서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열했다. 장남 홍일씨도 휠체어를 탄채 멀리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다.
윤철구 비서관은 입관식에서 이 여사가 자신의 자서전인 ‘동행’의 표지 안쪽에 넣어놓은 마지막 편지를 대독, 주위를 숙연케했다.
다음은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전문.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참으로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실 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년 8월 20일.
한편 김 전 대통령 묘역은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 하단에 조성된다. 인근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조선 중종의 후비인 창빈 안씨의 묘소가 있다.
서울현충원 정진태 원장은 이날 “유가족이 묘역을 최대한 소박하고 검소하고 친환경적으로 조성달라고 요청했다”며 “유가족 및 행정안전부와 협의,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 묘역은 국립묘지설치법에 따라 봉분과 비석, 상석, 추모비 등을 합해 264.464㎡(80여평)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현충원은 이날부터 묘소 정비작업에 착수, 21일 묘소의 틀을 갖추는 ‘활개치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2일에는 봉분 조성과 진입로 개설, 임시제단 등을 설치하고 23일까지는 조경작업을 모두 끝낸다는 방침이다.
/pio@fnnews.com 박인옥 예병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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